딜로이트 그룹, 컨슈머시그널 1분기 리포트 발행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며 전반적인 소비 위축이 나타나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무조건적인 절약'보다 의미 있고 실용적인 소비에 집중하는 '선택적 소비 트렌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8일 발표한 '컨슈머 시그널 1분기(Consumer Signals 25.Q1)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17개국 과시성 구매금액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순위는 지난해 12월 9위에서 올해 1월 7위, 2월 5위로 상승했다.
17개국 평균 과시성 구매금액은 52달러, 미국은 50달러였으나 한국은 55달러다. 이는 고환율에 따른 체감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비자가 과시성 소비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구매 여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특히 식자재(33%)와 의류·액세서리(33%)에 집중돼 있다. 과시성 소비의 구매동기 톱3는 정서적 위안(16%), 실용성(14%), 내구성(13%)이며 '의미 있고 오래 남는 소비'에 대한 정서적 정당화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품목별 소비의향 지수를 살펴보면 식료품(15%), 저축 및 투자(14%), 여가활동(12%), 주택·거주비용(10%) 순서다.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필수 항목 비중이 확대됐으며,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 자산 방어 심리로 저축 투자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가활동이 높은 비중을 보이는 것도 확인된다. 특히 18세부터 34세의 여가 지출 비중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으며 이들은 체험 중심 여가 소비를 적극적으로 지향,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식료품 구매 시 경험하는 재정적 스트레스에 대한 지표인 식료품 소비절약 지수(FFI)는 여전히 상승세다. 2월 기준 글로벌은 96.6, 한국은 98.2로 높은 가격 민감도와 재정 스트레스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의 재정적 웰빙 지수(FWBI·Financial Well-Being Index)는 90.3으로 집계돼 7개월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재정적 상태와 미래 전망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한국은 체감경기 악화와 고물가 등의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정적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지속됨에 따라 7개월 연속으로 조사국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한때 105를 넘겼던 FWBI가 2월 기준 99.9을 기록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 소비자 인플레이션 우려 지수의 경우 2월 기준 글로벌은 76%, 미국은 79%, 한국은 68%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은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우려 수준이 3개월 연속 68%로 일종의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의향 지수는 희비가 엇갈렸다. 3월 기준 한국과 미국 소비의향 지수는 각각 -6%, -9%를 기록했으나 글로벌은 2%의 준수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은 체감 경기 둔화와 생활물가 상승이, 미국은 정책 불확실성과 인플레이션 우려 심화가 각각 소비 지출 판단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유럽과 호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임금 인상률이 인플레이션을 상회하며 소비 여력 회복의 기반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기업은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경험과 자기표현을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에게는 가치와 브랜드를, 실용적 소비를 중요시하는 중장년에게는 가성비와 기능성을, 건강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시니어에게는 웰니스와 안정감, 신뢰성을 강조하는 등의 타겟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환 한국 딜로이트 그룹 소비자 부문 리더는 "이제 기업들은 전방위적인 소비 자극이 아닌, 타겟별로 차별화된 접근과 우선순위 조정에 나서야 한다"면서 "본 리포트가 유통 시장의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한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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