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관세전쟁 영향 세계 경제 전망에 반영
멕시코·캐나다·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 급락
美 관세 조치 핵심 타깃 되면 경제 충격 불가피
韓, 정치 불안까지 겹쳐 경기 침체 우려 커져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발 통상 전쟁이 전 세계에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를 드리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본격 시작된 미국의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 성장세를 제약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멕시코와 캐나다 등 관세 조치의 타격이 된 국가들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는 한국 경제도 직격했다. 올해 초까지 경기 침체 우려는 주로 내수 부진과 12·3 계엄사태 등 국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에 기인했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조치는 단순히 심리적 요인을 넘어 실질적인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OECD는 17일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하향조정하면서 "무역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뒤 지속될 경우 글로벌 성장에 타격을 주고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의 영향이 각국의 지표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성장률 전망치가 2.4%에서 2.2%로 낮아졌다.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0.7%로 1.3%포인트(p) 떨어졌고, 멕시코는 1.2%에서 -1.3%로 1.5%p나 급락했다.
무역 갈등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도 R의 공포가 시작됐다. 지난 일주일 동안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는 고점 대비 8.2%와 12.1%씩 급락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주 큰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정기간이 있을 것"이라며 경기 침체를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게 시장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미국 경제가 수년간의 호황을 끝내고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다.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30%에서 40%로 높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일부 국가에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OECD는 멕시코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다 못해 역성장으로 전망한 것이고, 이건 '경기 침체'가 아니라 '경제 위기'에 부합한다"며 "이런 위기의 징후는 '테킬라 이펙트(한 나라의 경제 위기가 다른 나라로 퍼지는 효과)'처럼 주변국으로 전이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기 침체 우려도 더욱 커졌다.
OECD는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 관세 조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12·3 비상계엄에 따른 정치 불안과 내수 부진 등의 영향까지 반영돼 전망치가 급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실장은 "우리 경제도 이 정도면 경기 침체나 경기 둔화 사이클 속에 있는 정도로 평가한 것"이라며 "한국의 정치 불안으로 인해 무역 불확실성이나 내수 부진에 대한 대응력도 약화돼 있다고 평가하는것 같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금융과 실물 부문이 모두 불안하다.
원화 가치는 국내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인해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12·3 계엄 사태 이후 급등해 3개월 동안 1400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우려로 145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내수는 부진의 덫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우리 경제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7% 감소하며 코로나19 쇼크가 발생했던 2020년 2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나타냈다. 또 자영업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음식점포함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5.9%나 하락했다.
건설업발 '4월 위기설'은 공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올해 들어 시공능력평가순위 58위의 신동아건설과 경남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103위), 삼부토건(71위), 안강건설(13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 건설사 7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또 지난달까지 폐업을 신고한 종합건설업체는 총 109곳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마저 위축될 경우 경기는 더욱 가파르게 하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1.5%와 1.8%로 제시했다.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고, 다른 무역 적자국에 대해서는 그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지만 협상을 통해 2026년에는 점진적으로 인하한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가정이다.
하지만 한은은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적자국에 관세를 점차 높여 부과한 뒤 내년 중에도 이를 유지하는 '비관 시나리오' 상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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