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관계 유지 전술적으로 불리해도 전략적으로 유리
서방 제재 동참 안 한 나라들에 "전쟁광"으로 비쳐지면 안돼
휴전 동안 우크라 무기 지원 중단 등 내걸어 동의할 가능성
![[쿠르스크=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각)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군 사령부를 방문했다. 군복 차림으로 회의를 주재한 푸틴은 신속히 우크라이나를 물리치라고 지시했다. 2025.3.13.](https://img1.newsis.com/2025/03/13/NISI20250313_0000176302_web.jpg?rnd=2025031304532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합의해 통보한 휴전안에 조건부로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1월까지만 해도 휴전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하던 푸틴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휴전을 검토하는 조짐이 보인다며 그같이 전망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이 요청한 30일 휴전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일 내 미국이 "협상 세부 내용과 합의 사항“을 알려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푸틴과 트럼프가 통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휴전 제안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보다 광범위한 외교 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 러시아 해외정보국은 세르게이 나리슈킨 국장이 존 래트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푸틴을 만났던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가 곧 푸틴을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도 지난 11일 푸틴과 이번 주에 직접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12일에도 “지금 사람들이 러시아로 가고 있다”며 “러시아가 휴전에 동의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은 지난 한달 동안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 상당부분을 탈환했다.
푸틴은 12일 밤 군복 차림으로 쿠르스크를 방문해 군 수뇌부와 회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행보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최대한 신속하게" 물리치라고 지시했다.
푸틴은 트럼프가 미국의 외교 정책을 러시아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해 동맹국들을 자극하는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는 상황을 한동안 즐겼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 휴전 제안을 내놓으면서 푸틴의 입장이 미묘해졌다.
일방적 전쟁 승리를 추구해온 푸틴이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 유지를 위해 목표를 수정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푸틴은 앞서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을 것과 NATO가 동유럽 내 활동을 축소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푸틴의 일시적 휴전 반대가 러시아군이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전투를 중단하면 양보를 끌어낼 협상력을 잃게 된다고 판단해 그같이 밝힌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트럼프와 통화한 뒤 미국이 러시아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관심이 커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밝힌다.
일리야 그라셴코프 러시아 정치 분석가는 푸틴이 "전술적으로 불리하지만 전략적으로 유리한" 휴전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평화 중재자로 보이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외무부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미국인 블로거들과 가진 90분짜리 인터뷰를 공개한 일은 러시아가 미국을 향해 계속 매력공세를 펴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브로프 장관은 영어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전임 정부 정책을 바로 잡았다고 칭찬하면서 미국과 "정상적 관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사무엘 차랍 미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가 휴전 제의를 받아들이면 미국으로부터 얻을 것이 많다고 판단해 제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의 상당부분을 탈환하면서 푸틴이 체면을 잃지 않고 휴전에 동의할 여건이 조성됐다.
러시아의 친정부 인사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나라들에게 러시아가 "전쟁광으로 비쳐지지 않을“ 필요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푸틴이 휴전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중단과 같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전쟁 지속을 지지하는 러시아 블로거들은 휴전이 원래의 전쟁 목표에서 벗어나는 일이며 장기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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