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뻥튀기에 고용 위장…엑셀방송·사이버레커 탈세 백태

기사등록 2025/03/06 15:08:58 최종수정 2025/03/06 15:10:23

국세청, 유해 콘텐츠 제작자 17건 세무조사 착수

유튜버 슈퍼챗·계좌 후원·인플루언서 뒷광고도 점검

최근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인지도가 높은 BJ가 엑셀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온라인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엑살방송 BJ(인터넷방송 진행자)로 인지도가 높은 A씨는 자신의 방송에 출연한 B씨와 공모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6일 국세청에 따르면 세정 당국은 A씨가 B씨에게 출연료 명목으로 거액을 지급하고 이중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소득을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또 사업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사용할 별풍선(후원 아이템)을 대량 구매하고, 이를 업무상 필요 경비로 처리해 세금을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방송 송출 관련 전용 스튜디오와 직원을 고용하고 있어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 사업자임에도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됐다.

엑셀방송은 BJ 여러명이 출연해 선정적인 춤을 추거나 포즈를 취하고 시청자들의 후원금을 유도하는 방식의 개인방송을 말한다. 후원금 순위를 엑셀(Excel)문서처럼 정리해 보여주는 방식으로 BJ들 간의 경쟁을 유도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인기 엑셀방송 BJ들은 시청자 간의 후원 경쟁을 유도해 많게는 연간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엑셀방송이 퇴폐 문화를 조장하고 여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엑셀방송 BJ의 탈세 수법(사진 : 국세청 제공) 2025.3.6 *재판매 및 DB 금지

국세청이 이런 유해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와 개인방송 진행자들을 정조준했다. 엑셀방송 운영 BJ(8명)뿐 아니라 무차별적 폭로 콘텐츠로 온라인 폭력을 행사해 온 사이버레커 유튜버(3명), 딥페이크 도박 사이트 운영자(5명) 등을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조사를 받고 있는 한 엑셀방송 BJ는 가족에게 가공 인건비를 지급하고, 고가 사치품 구매 비용을 사업용 경비로 처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 신고를 축소하다 적발됐다.

해외 성인 플랫폼을 통해 개인방송을 송출한 일부 성인 BJ들이 경우에는 플랫폼으로부터 정산된 수익금을 가족 명의로 된 차명계좌로 받아 은닉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자극적이고 비윤리적 발언으로 구독자를 늘리고 고수익을 올려온 '사이버 레커' 유튜버 C씨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보통 사이버 레커들은 '정의 구현'이나 '참교육'을 내세우며 타인을 공격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법망을 피해가며 수익을 올리는 일에 몰두했다.

C씨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외환으로 수취한 광고수익을 축소 신고한 뒤 탈루한 소득을 대형 아파트 구입자금, 고액의 사업장 전세보증금으로 유용했다.

또 광고수익 신고액이 증가한 해에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가족 등으로부터 용역을 제공 받은 것처럼 위장한 뒤 사업비용으로 처리했다. 사업용 신용카드로 해외 유명 명품, 고급 가구, 양복 구입비와 피부과 비용 등을 결제해 세금을 탈루하기도 했다.
사이버레커 유튜버의 탈세 수법(사진 : 국세청 제공) 2025.3.6 *재판매 및 DB 금지

국세청은 이런 유해 콘텐츠들이 온라인 생태계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그 속에서 교묘하게 진화하는 탈루행위에 경종을 울리고자 이번 세무조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외환 수취 자료, 수사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은폐된 수익 구조와 자금 흐름을 파악하고, 조세범칙행위를 적발하는 경우 검찰에 통보해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온라인 플랫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역에 대한 점검도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유튜버들의 슈퍼챗, 개인 계좌 후원금, SNS 상에서 중고거래를 가장한 사업자들의 판매 수익, 인플루언서 뒷광고 수익 등의 신고 적정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국세청 전경. (사진=뉴시스 DB)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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