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없이 뛰어든 부안 화재어선 선원…"장비 착용 교육 필요"

기사등록 2025/02/14 14:35:56 최종수정 2025/02/14 15:14:25

승선원 12명, 구명조끼 없이 바다로 대피해

[부안=뉴시스] 13일 전북 부안해경이 경비함정과 유관기관 선박 21척을 동원해 부안 왕등도 인근 화재선박 실종자 수색을 위한 야간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부안해경 제공) 2025.02.13. photo@newsis.com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지난 13일 전북 부안군 왕등도 어선 화재 당시 탑승한 승선원들은 구명조끼를 입지 못한 채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구명조끼는 생존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늘릴 수 있는 장비임에도 아직 이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이들이 많아 승선원들의 자발적인 구명조끼 착용이 요구된다.

14일 부안해양경찰서와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8시39분께 부안군 왕등도 동쪽 4㎞ 지점 해상에서 조업을 위해 출항한 2022신방주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발생 2시간25분여만에 진화됐지만, 어선에 탑승해있던 승선원 12명 중 5명(내국인 2명, 외국인 3명)만이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7명의 승선원은 현재까지도 실종된 상태다.

당시 어선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탑승한 승선원 모두는 화마를 피하기 위해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불길을 피해 바다로 뛰어들 때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 관계자는 "선박 내부에 구명조끼가 비치됐는지는 선체가 모두 불에 타 확인이 힘들다. 어선의 경우 구명조끼 비치가 의무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조업지로 이동 중이었기에 대부분이 선체 내에서 쉬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승선원 모두가 바다로 뛰어들 당시 구명조끼를 입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구명조끼는 '생명조끼'라고 불릴 만큼 해양사고에서 생사를 가르는 주요한 역할을 하는 구명장비다. 하지만 정작 바다로 나가는 승선원들의 구명조끼 착용률은 저조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시스] 최근 5년간(2019~2023년) 선박용도별 해양사고 사망·실종자의 구명조끼 착용 현황. (사진=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공) photo@newsis.com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이 최근 5년(2019~2023년)간 인명피해가 발생한 해양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로 인해 숨지거나 실종된 이들의 81%(187명)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해상 추락사고 사망·실종자 60명 중 오직 3명만이 구명조끼를 착용, 나머지 95%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를 당했다.

지난 9일 전남 여수시 거문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해 5명의 승선원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제22서경호 침몰사고 역시 당시 선원들은 급격하게 배가 기울어지자 구명조끼를 착용할 겨를 없이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해양수산부는 어선 사고로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고 '어선안전조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하는 등 관계기관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역부족인 상태다.

해수부는 지난해 5월2일 '어선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면서 구명조끼 상시 착용을 의무화하고 팽창식 구명조끼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같은 해 5월20일에는 어선안전조업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어선 구명조끼 착용 요건 조항을 추가해 오는 10월19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시행규칙 개정은 해당 조항이 추가됐음에도 구명조끼 착용 의무에 해당되는 경우는 ▲태풍·풍랑특보 또는 예비특보 발효 중에 외부에 노출된 갑판에 있는 경우 ▲어선에 승선하는 인원이 2명 이하인 경우 두 가지 뿐이다.

또 매번 해경 등이 조업 중인 어선을 찾아가 구명조끼 착용 여부를 확인하는 행위도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해상 활동에 나서는 이들이 즉각 구명장비를 착용하는 행위가 몸에 밸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빠진다면 가만히 있어도 물 위에 떠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장비다. 구명장비를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사고 즉시 이를 꺼내 착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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