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초등생 살해'에 우울증 낙인찍기 우려…"남 해치는 병 아냐"

기사등록 2025/02/13 07:00:00 최종수정 2025/02/13 07:07:56

초등생 살해 가해교사 A씨, 우울증으로 휴직 신청

전문가 "우울증, 다른 사람 해칠 위험성 매우 낮아"

"국민 5명 중 1명이 겪어…쉽게 속단해서는 안돼"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지난 12일 오후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앞에 김하늘(7)양을 추모하기 위한 인형과 꽃, 간식 등이 눈과 비에 젖어있다. 2025.02.12. kdh191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대전 서구 초등학교에서 1학년 초등생을 흉기로 살해하고 자해한 교사의 '우울증' 병력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우울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교사 채용에 있어 우울증 병력을 확인하거나 검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우울증은 자기를 해할 수 있어도 남을 해칠 확률은 낮은 질병"이라며 사회적 낙인 찍기를 우려했다.

1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 초등학교에서 1학년 초등생이 피살된 사건의 가해 교사인 A씨가 '우울증'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우울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8년도부터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았고, 이 문제로 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9일 우울증으로 휴직 신청을 했던 A씨는 20일 만에 전문의 진단서를 제출하고 복직했다.

이를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울증 있는 사람이 교단에 서도 되는 거냐" "우울증이 죄는 아니라지만 아이들과 일하는 건 아니지 않냐" "어떻게 정신병을 가지고 복직할 생각을 했을까" 등 글이 게시됐다.

그러나 정신의학과 전문가들은 우울증은 '타해 위험성'이 매우 낮은 질병이라며 "사건의 원인을 '우울증'에서 찾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들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3년 공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우울증 진료인원 현황'을 보면 2022년 기준 우울증 진료 환자는 100만744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병원을 찾지 않은 환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전국민 5명 중 1명 수준으로 집계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신질환인 만큼 섣부른 일반화와 낙인찍기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실제로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는 조기 치료를 받을 경우 정상적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씨가 우울증 때문에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 보긴 어렵다"며 "우울증은 자기 자신을 해할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경우는 거의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단순히 우울증 치료 병력이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 '우울증이 있으면 살인도 저지를 수 있다'는 속단, 편견을 유발해선 안 된다"며 "국민 5명 중 1명이 겪을 수 있는 병"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건으로 우울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경우, '숨어 있는'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가 적기에 이뤄지는 데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전히 정신질병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고, 보험 가입 등 불이익을 받아 병원을 찾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 병원을 찾지 않는 이들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보편적으로 우울증은 조기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이 범죄가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서는 정확한 조사와 정신감정이 필요하다. 단순히 우울증에 의한 사건이라고 쉽게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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