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배 LDF 대표, 기자간담회서 라인망가 성과 공유
"장르 다양성으로 차별화, 올해 20개 애니 제작 계획"
[도쿄=뉴시스]윤정민 기자 = 라인망가(네이버웹툰 일본어 서비스)가 지난해 하반기 양대 앱마켓(구글 플레이·앱스토어) 통합 전 세계 만화·소설 앱 매출 순위(데이터닷에이 기준)에서 1위를 거뒀다. 일본 앱마켓 비(非)게임 부문에서도 하반기 매출 1위를 차지했으며 지난달 앱마켓 점유율 51%를 기록했다.
만화 종주국에서 다른 일본 토종 앱을 제칠 수 있던 건 김신배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LDF, 라인망가 운영사) 대표 겸 최고성장책임자(CGO) 리더십이 컸다. 2017년부터 네이버웹툰에서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담당하던 김 대표는 2021년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로 적을 옮기면서 일본에 웹툰 붐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LDF가 지난 2022년 인수한 이북재팬(전자책 서비스)에도 라인망가 성공 방정식을 도입해 1~2년 뒤 앱, 웹 플랫폼 모두 일본에서 따라올 수 없는 격차를 만드는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라인망가에 다 있네?"…日 시장 1등 비결은 '장르 다양화'
김 대표는 12일 오전 일본 도쿄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인망가가 일본에서 도미넌트(지배적인) 망가 서비스가 됐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라인망가가 '만화 종주국' 일본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데 대해 크게 프로덕트 개편, 콘텐츠, 마케팅 등에서 차별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콘텐츠 부문의 경우 네이버웹툰 외에서 유통 중인 작품도 수급했으며 장르 다양성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일부 망가 서비스를 살펴보면 로맨스, 판타지 등에 치중한, 파편적인 장르층을 가지고 있다"며 라인망가는 일본에서 보기 어려웠던 무협, 궁중 로맨스 등도 확장해 팬덤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올해 웹툰 20종, 애니메이션화 추진…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생태계 구축"
김 대표가 전한 앞으로의 라인망가 목표 키워드는 '공생'과 '지식재산(IP) 비즈니스 확장'이다. 라인망가가 구축한 창작 생태계 안에서 작가들을 지속 발굴하고 다양한 스튜디오와 협업해 로컬 생태계를 확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현지 전자 만화 에이전시 '넘버나인'에 투자했다. 라인망가 인기작 '신혈의 구세주', '나만 최강 초월자' 등을 제작한 회사다.
IP 비즈니스의 경우 웹툰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2차적 저작물 제작 확대를 말한다. 김 대표는 또 올해 중으로 웹툰 20종을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을 공식화하는 등 IP 비즈니스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LDF는 2022년 1개, 2023년 2개에 불과하던 2차적 저작물을 지난해 12개로 늘렸다. 올해도 '선배는 남자아이' 원작으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영화 선배는 남자아이 비 온 뒤 맑음'이 오는 14일 개봉한다. 이 외에 '클레바테스', '다크 문' 등의 애니메이션화도 올해 예고돼 있다.
김 대표는 "'선배는 남자아이'는 우리 아마추어 플랫폼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발전시킨 것처럼 독자적인 밸류체인을 다양하게 구축하고 있다"며 "더 많은 작품으로 새로운 팬덤을 만들고 또 더 많은 작가와 함께 일해 일본에서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는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웹툰, 매출보다 독자 더 중요시 하는 회사"
김 대표는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해 대학생 때는 점심을 주로 만화방에서 해결했다"고 소개했다. 건담과 같은 로봇을 개발하고 싶어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미 하버드대에서 전자공학 학·석사를 취득할 정도로 '만화광'이었다.
웹툰 특유의 세로 스크롤 만화 형식을 일본 시장에 안착시켜 보겠다는 그의 도전은 현재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짧은 시간 안에 라인망가를 압도적으로 성장시킨 점에 자긍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 대표는 "네이버웹툰은 매출보다 독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DNA가 뼛속까지 들어가 있는 회사다. 사용자가 돈을 안 내도 되는 데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데 집중한 회사로 시작했다"며 "단순하게 매출이 지금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매출을 5년 후, 10년 후에 더 크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지금도 독자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프로덕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추어 창작 공간 등에) 투자수익률(ROI)이 높지 않더라도 창작 생태계와의 공생을 위해 끊임없이 기다리고 투자할 수 있는 정신력과 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타사와의 차별점"이라며 전년 동기 또는 전기 대비 매출 지표 변화에 매번 신경 쓰고 있지만 라인망가 성장에 보람을 느끼면서 오랫동안 웹툰 사업을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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