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공장 아이오닉5·코나EV 생산 일시 중단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른 생산량 조절 나서
캐즘으로 수요 위축…보조금 축소까지 영향
美 관세 인상 등 수출 시장도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과 정부 보조금 축소로 내수 시장이 부진한 데다, 미국 보호무역 기조로 전기차 수출에도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닷새동안 울산 1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중단한다. 대상 차종은 중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5와 소형 전기 SUV 코나EV다. 지난달 설 연휴 기간 9일을 쉬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 14일간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다.
◆심각한 내수 침체 어쩌나
현대차가 이처럼 주요 전기차 모델 생산을 축소하는 이유는 내수 부진과 주문량 감소에 따른 생산 조정 차원이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신차 판매 대수는 14만6883대로 전년대비 9.7% 감소했다. 올해 1월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감소한 2378대에 그쳤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등의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 혜택을 강화하고 100만~300만원 할인 정책을 내놨지만, 전기차 생산라인에 조립할 차량이 부족해 '공피치(빈 컨베이어벨트)'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이렇게 침체된 원인은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부족 ▲중고 전기차 가치 하락 ▲소비자 심리 위축 등이 꼽힌다.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조금을 계속 줄이면 전기차 시장은 더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며 "충전소 확대와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최근 수출 시장마저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강경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며 전기차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트럼프는 이미 주요국을 대상으로 관세 인상을 위협하고 있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조짐이다.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이 집중되면, 한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유럽 역시 전기차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각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점진적으로 축소되면서 한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시에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면서, 현대차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업계도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충전 인프라 확충과 전기차 유지비 절감을 위한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가격이 여전히 비싸고,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활성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