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따르면 여성 A씨는 1년 정도 교제했을 무렵 임신하게 돼 급하게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는 신혼여행에서 사소한 일로 싸우기 시작하다 서로 자존심을 세웠고 그러다 보니 싸움이 점점 커졌다.
A씨는 "신혼여행에서 싸운 것도 속상하지만 싸울 때 남편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저를 때리거나 욕을 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 여자친구는 져줬다거나 화를 받아줬다고 하는 등 저와 전 여자친구를 비교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라고 털어놨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신혼집을 구하기 전 남편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며 생활 습관 차이로 계속 싸웠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하며 아내와 비교했다.
듣다 못한 A씨가 "그렇게 잘 이해해 줬으면 전 여자친구와 결혼하지 왜 나와 결혼했냐"고 쏘아붙이자 남편은 "네가 임신해서 그렇지"라고 대답했다.
실망한 A씨는 "헤어지자"고 했고, 남편도 동의하며 "혼인신고는 안 했으니 (아내에게) 집을 나가고 애를 지우라"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절대로 아이는 지울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남편은 "나랑 상관없이 낳은 애는 보지도 않을 거고 양육비도 못 준다. 법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A씨는 "정말 그런 거냐"라며 조언을 구했다.
이준헌 변호사는 "사연자의 경우 혼인 신고를 안 했으니 사실혼인 상황"이라며 "사실혼은 부부 중 일방이 사실혼 관계의 종료 의사를 표시하면 종료되기 때문에 이 혼인을 끝내겠다는 사연자의 의사가 확고하고 남편에게 이 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집을 나간다면 별다른 절차 없이 사실혼은 정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에 사실혼 관계가 끝났기 때문에 혼인이 단기간에 파탄되면 부부 공동 재산이 형성될 만큼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따로 재산 분할은 하지 않고 서로 혼인 과정에서 지출한 비용이나 구입한 물건들을 서로에게 원상회복해주는 것으로 재산을 정리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남편의 유책성이 인정될 수 있냐는 질문에 이 변호사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남편이 실망스러운 말을 한 것은 맞지만 이 정도의 말이 혼인 파탄의 원인이 되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라면서 "가정불화의 와중에 서로 격한 감정이 오고 간 몇 차례의 폭행과 모욕적인 언사가 경미한 경우에는 부당한 대우로까지는 볼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고 전했다.
양육비에 대해서는 "법적인 부분을 떠나 자기 친자가 맞고 아내가 홀로 아이를 키운다면 양육비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남편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려고 하는 것 같다. 법적으로도 남편의 양육비 지급 책임은 인정된다. 남편이 아이를 인지하지 않는다면 빨리 인지 청구의 소를 제기해 남편과 아이의 부자 관계를 인정받은 다음 양육비를 청구하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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