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정시모집 앞두고 미충원 이월 제한 압박
교육부 위법 소지 경고에 입시요강 위반 가능성
서울권 대학 "줄여도 증원된 의대가 결단할 일"
정시 미충원 포기?…재정난 속에 단독 행동 불가
의총협 "복귀 명분도 조정이 가능할 때 따질 일"
24일 종로학원이 이번 수시전형의 미등록 충원 합격 상황을 공개한 9개 의대의 현황을 집계한 자료를 보면, 이미 8개교가 지난해보다 더 많은 예비합격자를 충원한 상태다.
예비합격자 충원은 지난 13일 발표된 수시 최초합격자 중 등록을 포기한 합격생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한 절차다.
서울 가톨릭대·고려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5개교는 지난해 2~3차 충원을 통해 예비합격자 171명까지 선발했으나 올해는 195명이 뽑혔다. 서울은 정원이 동결됐다.
추가 충원합격 발표도 일정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제주대와 강원 연세대 미래는 3차 충원합격자를 발표했다. 제주대는 전날(2차) 예비합격 28위까지 합격했으나 추가 이탈자가 발생해 37위까지, 연세대 미래는 25위에서 29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충원 합격 발표 차수는 대학마다 다르다. 서울대는 2차까지만 합격자를 충원하지만, 학령인구 감소가 심각해진 현재는 서울 주요 대학들도 많게는 6~7차례까지 충원한다.
의대를 보유한 서울 지역 한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은 "우리는 증원되지 않았다"라며 "충원을 덜 할지 이런 것은 정원이 증가한 대학에서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수시에서 충원하지 못한 인원은 정시로 이월한다는 문구를 대부분 대학이 모집요강에 적어 놨을 것"이라며 "여러 소송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전날 거듭 정시 이월 중단은 고등교육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른 대입 사전예고제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대학 입시는 내년 2월21~28일 정시에서 뽑지 못한 인원을 최종적으로 충원하는 '추가모집'까지 이어지는데 교육계 일각에서는 정시 미충원을 포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다른 서울 지역 사립대학 입학처장은 "다른 대학도 다 같이 따라와 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내부에서 '다른 대학 다 충원하는데 왜 안 하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재정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어떤 대학이 의료계 요구에 호응해 2025학년도 입시를 변칙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증원 규모를 조정하려 해도 정시 이월은 모집요강 위배, 추가모집 포기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난 심화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의료계는 총장들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개별 대학이 단독 행동을 하기는 불가능한 구조라는 이야기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 총장들도 2025학년도 입시에 대해서 정시 이월 축소나 포기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다.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공동 회장인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뉴시스와 이날 통화에서 "대학이 임의로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안 보내고 안 뽑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양 총장은 "국립대 총장들과 매주 화상회의를 하고 사립대는 공동 회장인 이해우 동아대 총장이 의견을 듣고 있다"며 "대학 총장 중 정시 이월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총장은 지금까지 파악한 바로는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양 총장은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정이 가능할 때 명분을 따지느냐, 실리를 따지느냐는 것이 가능한데 이것은 조정이 불가능하다"며 "모든 거점 국립대 총장들이 이것(정시 이월 제한)은 '100% 불가'라는 입장임을 여러 번 확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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