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고 낸 뒤 도주…하루 지나 경찰 자수 사례
"연락 불응 시 강제 수사 등 강력 대처 도입해야"
경찰의 연락을 피하는 등 음주운전으로 의심 받을 만한 정황이 눈에 띄지만 실효성 있는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A(21)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이달 21일 오전 5시40분께 광주 북구 오치동 한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다 인도 위 전봇대를 들이받는 단독사고를 낸 뒤 차량을 버리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조사결과 A씨는 사고 지점으로부터 2㎞ 떨어진 북구 용봉동 모처에서 또래 남성을 태우고 귀가하던 중 사고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휴대전화를 끄고 잠적하다 수사가 시작된 지 하루 반나절이 넘은 이달 22일 오후 자수했다.
A씨를 상대로 진행된 혈중알코올농도 검사 결과 알코올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A씨는 음주운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운전한 경로를 역추적하면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40대 남성 B씨가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B씨는 지난달 3일 오후 11시40분께 광주 서구 동천동에서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다 상가 기둥과 철제 울타리를 들이받은 뒤 조치하지 않은 혐의다.
B씨도 차량을 버리고 달아난 뒤 경찰의 연락을 피하다 하루가 지나서야 자수했다. B씨는 경찰에 '귀가 도중 사고를 낸 뒤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될까 두려워 달아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주 사실을 시인했지만 사고 이후 12시간이 지나 진행된 혈중알코올농도 검사 결과에서는 알코올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 10월에도 광산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량 3대를 들이받고 달아난 벤츠 차량 운전자 20대 남성 C씨가 사고 12시간 만에 자수했다. 4월에는 북구 한 도로에서 포르쉐 차량을 몰던 20대 남성 D씨가 전봇대를 들이받고 달아났다가 하루 만에 자수했다.
C·D씨 모두 차량을 버린 채 달아난 점, 경찰의 연락을 피한 점 등 음주운전 정황이 의심됐으나 혈중알코올농도가 측정되지 않으면서 관련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러한 음주운전 의심 사례에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일부 한계가 엿보이기도 한다.
위드마크 공식은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섭취한 알코올의 질량·체중·성별·시간당 감소량·경과 시간 등을 고려한다.
그러나 특정된 시점으로부터 상당 시간이 흐른 뒤 계산할 경우 결과값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 위드마크 결과값은 직접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치가 아닌 추정치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증거로 인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위드마크 계산과 혐의 보강 과정에서 필요한 식당 업주 등 참고인 조사도 변수로 작용한다.
유사 사례가 반복되자 운전자가 잠적했을 경우에 강제 구인을 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가수 김호중씨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음주운전자들 사이 '일단 도망치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하다. 새벽시간 단독 사고 후 잠적 사례는 음주운전으로 의심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단독 사고일지라도 음주운전 의심 도주 사례에 대해서는 강제 수사 등 강력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운전자들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광주지역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2521건(사망 29명·부상 4359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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