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타하리' 리뷰
마타하리라는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비밀에 쌓인 마타하리의 삶과 사랑, 첩보 활동을 그려낸 뮤지컬 '마타하리'의 네 번째 시즌이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극은 네덜란드 출신의 마가레타 거트루드 젤르의 비극적 과거를 조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도네시아(당시 네덜란드령 동인도)에 주둔하던 군인과 결혼한 마가레타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살다가 아이를 잃고 남편과 헤어진 후 기회를 찾고자 파리로 온다.
그는 엄마처럼 돌봐주는 존재인 안나의 도움으로, 인도네시아 자바의 여인들에게 배운 춤을 무기 삼아 '마타하리'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낸다. 이국적인 외모와 춤으로 마타하리는 마침내 유럽 사교계 유명인사가 된다.
마가레타는 잊고 화려한 삶을 살던 마타하리는 프랑스군의 젊은 파일럿 아르망을 만나 순수한 사랑에 빠지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기로 유럽 전역에서 공연을 한다는 사실이 첩보 활동을 하기에 금상첨화로 여겨진 것. 마타하리에게 집착했던 라두 대령은 마타하리의 과거와 아르망의 목숨을 미끼 삼아 마타하리에게 스파이 임무를 맡긴다. 부상을 입고 베를린 병원에 입원한 아르망을 만나기 위해 마타하리는 위험한 도박을 하는데…
마타하리의 이국적인 춤사위를 표현하는 '사원의 춤'이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밸리댄스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제 어디로'는 삼각관계인 마타하리와 아르망, 라두의 입장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한 점이 인상깊었다.
내 힘으로 찾은 행복 포기 못 해
이렇게 또 숨죽인 채 당할 수는 없어
목숨까지 빼앗겨도 싸울거야"
('돌아갈 수 없어' 중)
언뜻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스파이가 된 여성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마타하리의 치열한 자아 찾기 과정이 극 전반에 펼쳐진다. 마가레타의 과거와 내면의 자아를 춤으로만 표현하는 댄서 '마가레타'의 존재가 이를 설명한다. 아르망을 위해 목숨도 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마가레타이든 마타하리이든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사랑해주기 때문.
상당수의 뮤지컬에서 여성 서사는 보조격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마타하리'는 여배우가 원톱으로 나서는 작품이다. 초연부터 사연까지 모든 시즌에 출연 중인 옥주현은 마타하리 그 자체인 것처럼 극을 이끌었다. 그 스스로도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타하리는 다른 어떤 작품보다 나와 닿아있는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연기할 때 물음표가 가장 적다"고 밝힌 바 있다.
내년 3월2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페어링 : 칵테일, 물랑루즈
'물랑루즈'라는 칵테일이 있다고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맛볼 수 있는 음료는 아닌듯하다. 대신 체리 리큐어로 색을 낸 싱가포르 슬링이나 레드와인을 베이스로 한 샹그리아도 나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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