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모듈 업체, CXMT칩 사용한 DDR5 출시
韓 메모리 업계, 4년 만에 DDR5 추격 허용
시장 잠식 우려…메모리 업계 초격차 나서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중국 D램 메모리 업체인 CXMT(창신메모리)가 최신 규격의 메모리 제품인 'DDR5'의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CXMT의 구형 제품들이 D램 메모리 시장 가격을 교란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영향을 받는 시장과 제품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업계에선 아직 선두 기업과는 5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다고 평가하지만, 중국이 추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어 차세대 공정 전환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됐다.
◆中 D램 모듈 업체들 "국산 칩 DDR5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킹뱅크(KIngbank)와 글로웨이(Gloway) 등은 최근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32G 용량의 DDR5 D램을 내놨다. 이들은 그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D램 제조 업체로부터 칩을 사다가 조립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D램 모듈 업체다.
온라인 상품 설명서에 따르면 이 제품의 최대 대역폭은 6400초당메가비트(Mbps)로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인 제덱(JEDEC)에서 요구한 DDR5의 규격을 충족했다. 상품 설명 페이지에는 '국산(중국) 메모리, 거침없는 혁신으로 앞으로 나아가다'는 문구가 있으며, 칩 제조사를 CXMT로 명시한 곳도 있다.
CXMT는 홈페이지 등에 DDR5 양산 관련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무역 갈등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CXMT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수출 규제를 받는 중국 블랙리스트 기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6년→4년…中 D램 추격 속도 가속
업계에선 중국의 추격 속도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CXMT는 지난 2019년 중국 최초의 DDR4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한국 업체들보다 6년 늦었지만, 올해 들어 급격하게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이어 DDR5는 4년 만에 추격에 성공했다. DDR5는 SK하이닉스가 2020년 세계 최초로 제품을 출시한 제품이다.
이미 메모리 업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 제품과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CXMT는 최근 DDR4 등 구형 제품의 가격을 시중가의 절반으로 할인 판매하면서 내수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CXMT가 DDR4에 이어 DDR5 생산 능력을 확대할 경우, 세계 최대 메모리 시장인 중국 시장이 자국 업체 제품으로 전환될 우려도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41.1%), SK하이닉스(34.4%), 마이크론(28.3%) 등 순이다.
◆우려보단 '초격차'…내년 차세대 공정 전환 속도낼 듯
다만 DDR5가 출시된 이후 제품의 속도와 효율이 지속 개선됐음을 고려하면 당장 위협이 될 수준은 아니라는 업계의 평가도 있다.
DDR5는 출시 이후 지금까지 6세대(1x→1y→1z→1a→1b→1c)에 걸쳐 지속적인 성능 개선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이번 제품은 기술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PC용 제품으로, 앞으로 고부가 제품 시장 진출 여부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력이 아직 고객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서버용 제품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 상황에서 첨단 장비 확보에도 어려움이 클 전망이다.
중국의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업체들은 차세대 공정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미세공정을 적용한 DDR5 개발에 성공했고, 삼성전자도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내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처음 적용한 6세대 제품을 양산할 채비를 하고 있다.
회로 선폭을 줄이면 성능은 물론 원가 절감 효과도 있어 제품 경쟁력을 차별화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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