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 거부 시 송달 장소에 서류 두는 '유치송달'
재판 지연시키려 일부러 수령 거부·회피하면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 보장 위해 효력 인정
尹 대통령에 '수취 거부' 적용되나 관심 쏠려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까지 나흘째 탄핵심판 사건 관련 서류를 받지 않으며 헌법재판소가 첫 단추에 해당하는 서류 송달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헌재가 과거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을 거부한 경우 절차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송달 장소에 문서를 두고 오는 '유치송달' 필요성을 인정한 전례가 있는 만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이를 적용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헌재는 2018년 청구인 A씨가 유치송달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186조3항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신속한 송달을 위해 예외적으로 유치송달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유치송달은 소장 송달의 한 종류로, 서류의 송달을 받을 자가 수취를 거부하는 경우 송달할 장소에 서류를 둬 효력을 발생시키는 제도다.
당시 A씨는 대여금 청구 소송의 소장부본 서류 등 송달을 거부했고, 그의 아들 역시 법원 집행관이 방문했을 때 서명날인을 거부했다.
이에 집행관은 A씨 주소지에 서류를 두고 오는 유치송달을 했다.
A씨는 그럼에도 한 달 넘게 답변서를 내지 않았고, 그가 불출석한 상태로 진행된 재판에서 A씨는 졌다.
이후 패소한 A씨가 유치송달을 규정한 법 조항을 문제 삼아 헌재에 헌법소원 사건을 낸 것이다.
민사소송법 186조3항은 '서류를 송달받을 사람 또는 서류를 넘겨받을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송달받기를 거부하는 때에는 송달할 장소에 서류를 놓아둘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A씨는 '정당한 사유'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헌재는 부당한 수령 거부로 인한 절차 지연의 방지와 전달 가능성을 감안한 신속한 재판의 실현이라는 유치송달 제도의 취지나 목적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제도의 취지나 목적에 비춰 보면, 송달받을 사람이나 수령대행인에게 송달서류의 수령의무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이나 송달받을 사람에게 이를 전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을 의미하는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당사자가 재판진행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송달서류의 수령을 거부·회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런 경우 재판이 당사자의 송달서류 수령의지에 따라 한없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당사자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신속한 재판의 전제로서 원활한 송달을 위해 유치송달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법익의 균형성도 고려했다. 헌재는 "송달서류가 당사자 본인에게 제때 전달되지 않는 경우 등 예외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상대방 당사자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을 포함한 민사소송 절차의 신속성 등의 공익보다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16일부터 나흘째 윤 대통령에게 탄핵심판 관련 서류를 보냈으나 여전히 송달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지난 16일부터 접수 통지서와 준비 절차 회부 결정서, 준비 절차 기일 통지서, 출석 요구서 등을 송달했으나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에서 각각 '수취 거절', '수취인 부재'를 이유로 미배달됐다.
12·3 비상계엄 포고령 1호와 국무회의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준비 명령 역시 송달이 이뤄지지 않았다.
헌재는 해당 문서들을 대통령 관저에 재발송한 상태다.
과거 결정에 비춰 헌재가 이번 경우를 정당한 사유 없이 수취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예외적으로 송달 간주를 인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는 다음주 월요일인 오는 23일 송달 간주 여부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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