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IA 우승 멤버…LG와 4년, 52억원 FA 계약해 이적
마무리 투수 낙점…"우승팀 불펜이었다는 것 증명해야"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LG 트윈스 오른손 투수 장현식(29)이 낯설고도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장현식은 지난 9일부터 LG 홈구장인 잠실 야구장에 나와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이다. 그는 왕복 4시간 이상을 들여 야구장을 오가고 있다.
아내와 세종시에 살고 있는 그는 아침 9시에 집에서 출발한다. 고속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잠실 구장에 도착해 정오부터 4시간 동안 훈련하고, 다시 집에 도착하면 저녁 7시가 되는 일정을 매일 소화하고 있다.
주변에선 그의 남다른 출퇴근 거리에 "열정적"이라며 깜짝 놀라지만 정작 장현식은 18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빨리 적응도 하고, 훈련도 하려고 한다"며 잠실로 향하는 이유를 대수롭지 않게 설명했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다음 달 중으로는 서울에 집을 구할 예정이지만 그전까지는 계속해서 세종과 잠실을 오가며 훈련할 계획이다. 아무리 원정을 다니는 게 익숙한 야구 선수라 하더라도 매일 4시간 이상 걸리는 출퇴근이 쉬울 리 없다.
장현식은 "힘들어서 운전은 안 되겠더라.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세종시에서 오가는 것도) 하다 보니 괜찮다"며 웃었다.
이처럼 바쁜 겨울을 보내는 데는 새출발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다.
장현식은 지난달 LG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LG는 그에게 계약기간 4년, 총액 52억원(계약금 16억원·연봉 36억원)을 안겼다.
구원 투수로 '특급' 대우를 받은 장현식은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며 "선수들과도 더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잠실을 오갈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장현식은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야구를 잘해야 한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잊지 않았다.
염경엽 LG 감독은 2025시즌 마무리 투수로 장현식을 낙점했다. 올해 팀 뒷문을 책임졌던 유영찬과 셋업맨 함덕주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새로 합류한 장현식의 역할이 더 커졌다.
2013년 NC 다이노스에서 프로에 입성해 KIA를 거치며 통산 437경기에 등판한 장현식은 전문 마무리로 뛴 경험은 없다. KIA 소속이던 2021년 34홀드를 올려 홀드왕에 오르는 등 통산 91홀드를 챙겼지만 세이브는 7개만 기록했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한 그는 익숙하지 않은 보직에도 큰 부담을 갖지 않고 있다.
장현식은 "어떨 때 보면 중간이 더 힘든 거 같기도 하다. 그래서 마무리 투수라도 딱히 다른 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뒤를 받쳐줄 투수가 없다'는 사실은 마무리 투수가 갖는 가장 큰 부담이지만, 장현식은 이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중간 투수로 나갈 때도 '내가 다 막아야 한다, 뒤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다"고 듬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동료들이) 잘 만들어준 경기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책임감을 보였다.
올해까지 동고동락했던 KIA를 내년부턴 '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장현식은 "다 똑같다. 다른 팀과 똑같다"면서도 "그래도 KIA랑 할 때는 증명을 해야 할 것 같다. 나도 우승팀 불펜이었다는 걸 증명하면서 잘해야 인정받을 것 같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단순히 이전 소속팀을 이기고 싶다는 의지 이상의 각오다.
유니폼을 바꿔 입은 첫해, 그의 시선은 정상에 고정돼 있다. 올해 KIA에서 첫 우승을 경험하면서 정상을 향한 열망이 더 커졌다.
"새해 소망은 팀 우승뿐"이라고 강조한 장현식은 "우승을 해보니 너무 좋다. 다 같이 고생하고, 다 같이 힘내서 우승하니까 너무 좋더라. 내년에도 다 같이 열심히 할 텐데 마지막에 후회 없이 우승하면서 마무리하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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