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실패 평가 없이 과감한 연구 나서야"…정부, 혁신 R&D 예산 자율성 높인다

기사등록 2024/12/16 17:30:00

혁신도전 R&D 제도개선 공청회 개최…'APRO 사업' 혜택 더 늘린다

연구 총괄관리자 권한·책임 대폭 강화…회수 연구비 재투자 등도 허용

[세종=뉴시스]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16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체육관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혁신도전 연구공개전' 에서 '옷감과 유사한 웨어러블 작업슈트'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혁신적, 도전적 R&D(연구개발)에 대해서는 성공과 실패라는 평가를 하지 않고 과감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제 더 나아가 연구를 이끄는 총괄관리자의 권한을 더욱 늘리고, 다 쓰지 않은 연구비를 새로운 연구에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려고 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혁신도전 R&D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기존의 경직된 R&D 선정, 평가 제도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예산·제도로 육성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대통령 탄핵 등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도 R&D 제도 혁신은 멈추지 않는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16일 '2024 대한민국 혁신도전 연구공개전(오픈랩)' 개막과 함께 혁신도전 제도개선 공청회를 진행했다. 과기정통부는 혁신도전 R&D 앞으로(APRO) 사업을 추진하며 도전성, 문제해결, 혁신성, 실패 후 재도전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APRO 사업은 우리나라 R&D 체질을 과학 선도국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혁신적, 도전적 R&D를 보다 빠르게 추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총 3단계의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정부는 혁신도전 R&D를 대상으로 회계연도 일치 제도 폐지, 기획평가비 별도 내역 분리,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특정평가) 실시, R&D 평가 등급 폐지 등을 적용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결과 평가에 대한 부담감 없이 얼마든지 연구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현재는 2단계 제도 개선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APRO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진들의 자율성을 더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형 독립조직을 지정·운영하고, 총괄관리자(IPL)에 연구관리에 대한 전권과 책임을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총괄관리자 판단에 따라 연구 조기 종료, 미흡과제 중단, 중단 과제 재도전 등을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한 첨단 연구시설·장비에 대한 수의계약을 허용해 장비 도입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정당하게 중단된 연구과제에 대해서는 감점·제재 등 불이익도 가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제도 개선을 위해 새로운 법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을 개정하지 않아도 되며, 이미 시행중인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적극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3단계 방안에서는 연구비 예산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는 특정 R&D 과제를 수행한 이후 연구비가 남더라도(불용 연구비) 이를 추가적으로 활용하는 게 불가능했다. 재정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불용 연구비 등 예산의 이월을 허용한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계획이다. 안정적 연구비 투자를 위한 계속비 편성 헝용, 중단 과제 잔액 등 회수 연구비의 동일 사업 내 재투자 허용 등도 추진한다.
[세종=뉴시스]16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혁신도전형 R&D(APRO) 제도개선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이날 공청회에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도 연구계 인사들은 APRO 연구단에게 보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율성을 보장해주면서, 이른바 'R&D 카르텔'과 같은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송영훈 한국기계연구원 플라즈마사업단장은 "혁신도전형 R&D의 경우 그 성과가 사회적으로 수용되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5~10년 뒤에나 평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며 "물론 공정성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데, 평가를 위한 추적 조사와 좋은 평가를 얻은 연구진에 어떻게 혜택을 줄지도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경 한국형 아르파(ARPA-H) 프로젝트추진단장은 "APRO 사업의 핵심은 총괄관리자인 만큼 제대로 된 인사를 뽑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저희도 이를 위해 감사원 사전 감사까지 진행했을 정도"라며 "연구 총괄관리자를 뽑기 위한 절차 등을 제대로 확립하기 위해 APRO 사업을 위한 독립적인 법안까지 마련되면 더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영진 한국연구재단 한계도전전략센터장은 "혁신도전형 R&D 특화 법만큼 중요한 게 연구 재정이다. 총괄관리자 중심의 유연한 연구 경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현재 R&D 예산 구조에서는 예산 확보 단계에서부터 유연성을 얻기가 어렵다. 혁신도전 R&D의 성과는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타나게 되는 만큼 사업 단위에서의 예산 이월 등을 과감히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소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총괄관리자에 권한이 주어지는 만큼 균형있는 책임성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 과제"라며 "총괄관리자에 모든 권한이 있는 게 A부터 Z까지 모두 점검하고 판단해서 모든 책임을 지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 다양한 전문가의 지원을 받아 최선의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적·물적 지원이 충분하게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이날 연구공개전에서 APRO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실험실 인공고기, 흉터없는 수술로봇, 재생되는 인체 등 혁신도전형 R&D 과제를 소개했다. 내년도 혁신도전형 R&D 예산안은 올해 7018억원 대비 48.2% 늘어난 1조402억원으로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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