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째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에녹의 이름 앞에는 2년 전부터 '트롯가수'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2022년 12월 MBN 트롯 경연 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오랜 기간 뮤지컬 무대에 섰지만 젊은 공연팬들에게만 알려졌던 이름이 방송 덕분에 전 연령대에 고루 퍼지면서 그는 뮤지컬과 성인가요 두 분야에서 눈 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개막한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마타하리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남자 '아르망' 역을 연기하고 있다. 화려한 삶에 감춰진 마타하리의 이면을 감싸는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에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져 티켓파워가 커진 것을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3대가 함께 와서 공연을 보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에 굉장히 고무적이었다"며 "여러 세대에서 저를 알아봐 주시면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르망을 연기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불타는 트롯맨'을 하면서 뮤지컬을 '레베카' 한 작품밖에 하지 못했다"며 "기존의 아르망과는 이미지도, 음색과 달라 걱정도 많이 됐지만 도전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같이 캐스팅 된 김성식·윤소호와는 약 10살 차이가 나고, 연장자이자 상사인 캐릭터 '라두 대령'으로 출연하는 노윤보다도 15살 많아 '연륜 있는' 아르망을 표현하고 있다. 에녹은 "나이도 그렇고 음색도 아르망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아닐까 싶다"며 "다시 한 번 불러주신다면 라두 대령이 욕심 난다"고 했다.
에녹은 2007년 '알타보이즈'로 뮤지컬에 데뷔해 '쓰릴 미', '브로드웨이 42번가', '배니싱', '랭보', '이프덴', '사의 찬미', '레베카', '경종수정실록' 등 대극장과 소극장을 넘나들며 활동해 왔다.
에녹은 "트롯계에서 제가 신선하게 보였던 것은 뮤지컬 경험을 바탕으로 무대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반대로 트롯을 하면서는 '너무 뮤지컬 한다'는 평가를 듣고, 뮤지컬을 하면서는 음악감독님에게 '밴딩이 너무 많아졌다'는 말을 들어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이도저도 아닐 것이라는 걱정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뮤지컬과 트롯을 딱 끊어서 왔다갔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뮤지컬 연기도, 성인가요도 놓치고 싶지 않다"며 "흐르는 대로 가다보면 내 안에서 정립이 돼 언젠가 하나가 되지 않을까, 저런게 에녹이 추구하는 스타일이구나 느끼시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지금도 충분히 바쁘지만, 에녹은 여기서 활동 영역을 더 넓힐 계획이다.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이 많다"며 "연극이나 영화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에녹은 최근 제32회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성인가요 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에녹은 "수상소감으로 상이 무겁다, 앞으로도 이 상의 무게를 알고 활동하겠다고 했다"며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만큼 음악적으로도, 언행에 관해서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나라가 힘든 상황인데, 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깨어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해 뉴스를 챙겨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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