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원유를 달러로 사들이는 정유업계는 환율이 오를 때마다 비용 부담이 크게 불어나, 고환율 상황을 누구보다 우려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파장 이후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를 넘어서며 정유사들마다 환차손 위험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간 10억배럴 이상 원유를 수입하는 국내 정유업계는 결제를 모두 달러로 하는 만큼 어느 업종보다 고환율 타격이 심각할 수 있다.
일각에선 원유를 정제해 이중 60% 가량은 달러를 받고 수출하기 때문에 환율 리스크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보지만 업계에선 고환율로 늘어난 원유 구입 비용 자체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정유사들은 특히 대량으로 원유를 미리 사두고, 몇 달 후 달러로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해 결제 시점의 환율 상승분이 환차손으로 돌아온다. 통상 환율이 10원 오르면 정유업계가 부담하는 환차손은 1000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판매하는 정유사들은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유업계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 하락과 수요 부진으로 동시다발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올 3분기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합산 영업손실만 1조4592억원에 달할 정도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 중반을 웃돌면서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최근 유가 하락으로 정유사의 재고평가손실도 커져 수익성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브렌트 원유 선물은 11센트 하락한 배럴당 73.41달러에,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 원유 선물은 27센트 하락한 70.02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정유사들도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외화 자산과 외화 부채가 스퀘어(균형 잡힌)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 환율 변동성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유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 산업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과 동시에 상당 물량을 수출해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해 환율 추이를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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