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 달러 부채…K-배터리 부담 확대[산업계 고환율 비상③]

기사등록 2024/12/14 10:02:00 최종수정 2024/12/14 10:50:51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2024.12.1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트럼프 효과와 비상 계엄 여파로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되면서 미국에서 조 단위 투자를 벌이고 있는 배터리 업체들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1400원대로 환율이 정착될 경우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 극복에 큰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계속 상승국면을 보이며 배터리 업체들은 매출 가격 상승, 부채로 인한 이자 부담, 환 헤지 효과 등을 일제히 밀착 점검하고 있다.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난달 6일 이후 1400원대에 들어섰다. 한 때 1385원까지 낮아졌지만 비상 계엄이 선포·해제된 지난 3일 1417.50원을 기록하고 이후 열흘간 상승세를 보이며 1433.20원까지 올랐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직접 진출을 통해 현지에서 배터리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합작과 단독 공장 등 총 8개 공장을 운영하거나, 현재 건설 중이다. 배터리 3사는 조 단위 투자를 진행했는데, 모든 투자를 '달러'로 지불하면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달러 부채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6조8284억원으로 2분기 말 4조1607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9월30일(1320.00원) 대비 환율이 8.5% 상승해 이 부담은 더 커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환율 10% 상승시 세전손익에서 414억원 손해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SK온도 달러 부채 3조4379억원으로, 환율 5% 상승시 176억원 손해가 발생한다고 예측했다. 올해 외화 부채 내역을 공시하지 않은 삼성SDI도 지난해 말 기준 달러 부채는 4조4312억원에 달해 고환율에 따른 여파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같은 고환율 손해가 바로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하는 배터리 업체는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 회피)를 통해 환율 상승 리스크를 관리한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신한은행, KB국민은행과 통화선도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각각 2020년 10월과 11월 시작된 거래로 해당 자산은 1213억원, 859억원 규모다.

그러나 이 거래는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한 계약으로, 이번 계엄 파장으로 인한 비정상적 환율이 고정될 경우 헤지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환율 상승으로 매출 증대 효과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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