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회 사무총장…긴급구호·새터민 등 지원
무료급식·진료, 연탄·김치 나눔·세탁 활동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밥이 해결돼야 일상생활을 할 힘이 생깁니다. 그 일상생활을 통해서 노숙자에게 자력이 생기고 이재민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처리할 힘이 생기니 구호보다는 밥 나눔이 더 의미가 있죠."
서울 흑석동 소태산기념관에 있는 원불교 봉공센터 옆 식당은 밥차에 실을 음식 준비로 분주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챙기는 강명권 원불교 교무의 직함은 봉공회 사무총장 1개지만 별칭은 '밥차사장', '구호대장', '세탁소장' 등 다양하다.
"별칭들 모두 좋지만 좀 더 생각해 보니 '밥차사장'에 더 마음이 가네요. 노숙자들에게나 이재민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먹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불교 봉공회는 인류의 무지, 빈곤, 질병, 재해 등 모든 고통을 없애기 위해 무아봉공(無我奉公)을 실천하는 원불교인들 모임이다. 전국 원불교 교당에서 1969년부터 자생적으로 결성되어 활동하다 1977년 정식 발족했다.
현재 원불교중앙봉공회 산하에 전국 13개 교구 봉공회, 350여개 교당 봉공회가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도 1979년부터 교당 봉공회가 결성되어 현재 미국서부 교구 봉공회와 14개 교당 봉공회가 조직되어 있다.
국내외 긴급구호, 다문화가정과 새터민 지원,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무료급식과 무료진료, 연탄과 김치 나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 교무는 국내 재난현장에 제일 먼저 나타나는 인물로, 기동성을 5t 밥차 1대, 1t 짜리 1대, 그리고 세탁차 1대를 통해 확보했다.
5t 밥차의 경우 한 번에 300명 식사가 가능하다. 현재는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들을 위해 주로 운영되는 이 밥차는 대형 밥솥 3개로 1, 2차에 나눠 최대 600명까지 급식을 하고 있다.
세탁차는 특히 재난 지역 구호 활동에 필요하다. 3t짜리 세탁차는 수해가 났을 때 밥차와 함께 출발한다. 최근 세탁차가 같이 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강 교무는 "이불 빨래, 옷 빨래는 일상을 회복할 때 우선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식사, 옷, 이불이 빨리 갖춰져야 이재민들이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특히 수혜 지역에는 밥차도 중요하지만 세탁 차량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강 교무는 재난 지역에서는 밥차를 장기 운영을 하려고 한다. "이재민들에게 밥차가 계속 주차하는 상황하고 밥차가 왔다갔다하는 상황은 심리적으로 느끼는 안정감이 달라요. 일단 식사가 안정되면 이재민들의 마음이 편안해져요."
강 교무는 지난 2019년 고성 산불 발생 때 만났던 할아버지를 잊지 못했다. 당시 강 교무는 고성군의 부탁으로 16일간 밥차를 운영했다. 어느 날 아침에 밥차가 고마워 봉사해주시던 할아버지는 산불로 평생 벌어서 마련한 집을 잃었다. 할아버지는 강 교무에게 자신도 죽었어야 했다며 집을 버리고 피신한 자신을 원망했다.
강 교무는 할아버지와 하던 아침식사 준비를 멈추고 할아버지가 살아갈 용기를 잃지 않도록 먼저 상담했다. "할아버지 세대가 열심히 살아주신 덕분으로 이 나라가 잘 살 수 있게 됐음을 많은 사람이 감사하고 있다"며 "우리도 이렇게 와서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감사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어르신들은 재난을 당하면 삶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자녀들이 있어도 계속 옆에 있지 못하고 주말만 머물기 때문에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려 해도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
"그분은 마음을 다시 추스르고 자신 주변을 다시 살필 수 있는 여력이 생겼어요. 저희가 옆에서 있으면서 하는 작은 도움도 그분들에게는 생명을 이어가고 어려움을 이겨 나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밥차는 서울 노숙자들에게도 생명의 힘이 된다. 현금을 안 들고 다녔던 강 교무의 주머니에 지금은 5~10만원 지폐가 들어 있다. 10년 전 밥차를 찾아왔던 노숙자가 된 임산부가 계기가 됐다.
임신 8개월 정도 된 임산부는 밥차에서 밥을 세 그릇을 먹고 나서 강 교무에게 곧 태어날 뱃속에 아기도 먹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현금을 안 들고 다녔던 강 교무는 봉공회 회원들에게 돈을 빌려 필요한 물건을 사줬다. 이후 강 교무는 그 임산부가 노숙인 임시 보호시설에 가서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 교무는 최근 불경기에 노숙자가 늘어나는 데 노숙자 급식에 일반 사회복지단체가 잘 참여하지 않는 상황이 안타깝다.
"특히 노숙인 파트 쪽에는 일반 급식단체들이 안 들어와요. 노숙자 급식 지원을 위한 단체를 종교기관들이 해요. 일반 사람들이 노숙자들을 지원하지 않으니 종교계가 이 부분에서 좀 더 열심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듭니다."
강 교무는 사회 활동에 있어서 종교계가 벽을 허물고 연대하길 바란다.
"급식하는 종교 단체마다 운영하는 사업이 다양한데, 서로 연대하면 노숙자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보이지 않지만 종교의 벽으로 각자 길로 돕고 있어 안타까워요. 재난 현장에서는 종교는 오래전부터 연대하고 있으니 노숙자 급식에도 함께하면 더 큰 도움으로 노숙자 삶이 변화하는 데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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