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사변 또는 준하는 비상사태' 여부 관건
법원, 발동 요건 지키지 않은 계엄 무효 판단
[서울=뉴시스] 이종희 장한지 박현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로 고발당한 가운데 법원은 절차상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상계엄을 위헌·위법으로 규정하고 무효라는 판단을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전시·사변 또는 준하는 비상사태'였는지 여부가 위헌·위법 판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재심 사건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지난 과거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면 위헌·위법"이라는 판단을 유지해왔다.
헌법과 계엄법은 계엄의 발동 요건에 대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정하고 있는데, 해당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 위헌·위법하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박정희 정권의 비상계엄 포고령에 대해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구 계엄법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구 헌법, 구 계엄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1972년 10월 유신체제를 선포하면서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대법원은 발동 요건을 지키자 않아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사건의 주심은 조희대 대법원장이었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유신정권 시절 선포된 긴급조치 9호 관련 재심 사건에서도 "국가긴급권은 국가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위기의 직접적 원인을 제거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최소의 한도로 행사돼야 한다"며 "국가긴급권을 규정한 헌법상 발동 요건과 한계에 부합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970년대 유신 시절 허가 없이 옥내 집회를 한 혐의로 옥살이를 한 이부영 전 의원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되고 사회혼란 가능성이 있더라도 국내 정치나 사회 상황이 경찰력이 아닌 군병력을 동원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 계엄법 포고는 헌법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로 발령됐고, 구헌법과 현행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했다.
또한 1980년 계엄포고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A씨의 재심사건도 무죄로 결론났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엄포고령은 헌법과 계엄법에서 정한 발동요건인 '군사상의필요'에 의해 발령됐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계엄포고령의 내용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가 윤 대통령 내란죄 사건을 심리하게 될 경우 역시 계엄 선포에 위헌·위법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근거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지 않아 위헌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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