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깨고 국회 난입하는 공수부대. 이거 실화야?"…한밤 계엄 선포에 카톡 오픈채팅·유튜브 '북적'

기사등록 2024/12/04 10:52:51 최종수정 2024/12/04 15:06:15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 토론방' 등 오픈채팅방 우후죽순

유튜브 등 계엄 상황 실시간 중계도…방송 등 전통 미디어 대안으로 주목

11시 통금령·도심 장갑차 등 가짜뉴스도…시민들 자정 노력 나타나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계엄군이 외부로 이동하고 있다. 2024.12.04.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윤현성 윤정민 기자 = "지금 뉴스 속보로 계엄 선포라고 나온게 맞는건가요?"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계엄 선포됐대요" "계엄 선포로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진입하고 있대요" "계엄 선포되면 내일 출근이나 등교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한밤 중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카카오톡 내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오픈채팅방'에는 이같은 대화가 오가는 익명 대화방이 우후죽순 나타났다. 44년 만에 나타난 비상계엄 선포로 혼란을 빚으면서 국민들끼리도 정보 공유에 나선 것. 최소 수백여명이 참여한 오픈채팅방에서 새벽 내내 소통이 이뤄졌다.

이처럼 비상계엄 상황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실시간 유튜브 생중계 등이 국민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새로운 창구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뉴스 등으로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국회 상황 등을 보다 생생하게 알리는 통로가 된 것. 일각에서는 국가 비상 상황에서 이같은 SNS가 하나의 대안 미디어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밤 10시23분께 윤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비상계엄령 특보 자유 토론방', '윤석열 대통령 계엄령 선포', '전국민 비상계엄령 토론방', '대한민국 계엄령에 대해서' 등 제목의 오픈채팅방이 다수 개설됐다.

해당 오픈채팅방에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새벽 시간 내내 수백여명이 몰려 여의도 국회, 용산 대통령실 앞 상황 정보를 등을 공유했다. 헌법 77조 등 비상계엄 관련 법적 근거, 계엄 상황에서의 주의 사안, 계엄 해제 가능성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고,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 이후 계엄군이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이와 관련한 소식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기도 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약 2시간30분 만인 4일 새벽 1시2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새벽 4시26분께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공식 선언했을 때도 오픈채팅방에서의 소통은 계속됐다. 계엄 상황이 끝난 이날 아침까지도 일부 채팅방에는 10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남아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 출입문이 폐쇄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로 진입했다. (사진=유튜브) *재판매 및 DB 금지

오픈채팅방 뿐만 아니라 실시간 유튜브 중계와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도 계엄 관련 정보 공유 창구로 적극 활용됐다. 지상파 3사 방송을 비롯해 언론들이 미처 담지 못한 국회 정문의 혼란 상황이나 항의 시위, 국회 상공을 비행하는 군 헬기 등이 각종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국민 개개인이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한 국회 정문, 여의도 상공에 나타난 헬기의 모습 등이 다수 게시됐다.

일반 국민들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도 유튜브나 SNS를 통해 비상 상황에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 생방송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계엄 선포 직후 자신의 개인 유튜브 채널 생방송을 통해 "윤 대통령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민 여러분은 국회로 와 달라"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경찰이 국회 정문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실시간 송출하기도 했다.

SNS 'X(구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에서도 '비상계엄' 관련 게시물이 80만개를 넘어 1위에 오르고 국회의원, 우리나라, 가짜뉴스 등 계엄 관련 키워드가 상위 5위를 모두 차지했다. 구글에서도 이날 새벽 내내 '계엄령'이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다.
서울 시내에 진입한 계엄군의 모습이라고 잘못 알려진 장갑차 사진. 해당 사진 속 편의점 '미니스톱'이 한국 시장에서 이미 철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가짜뉴스임이 판명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국민들이 스스로 다양한 창구를 통해 비상상황에서 정보 공유에 나서며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긴 했으나, 반대로 허위정보, 가짜뉴스 등이 유포되는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계엄선포 이후 일부 SNS 등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보도하는 한 뉴스 장면에 '오후 11시 이후 통행 시 불시검문·체포'라는 가짜 자막을 합성한 이미지가 유포됐다. 올해 초 진행된 군의 기동 훈련 모습이 국회로 이동 중인 계엄군의 모습이라고 알려지거나, 서울 시내 도로에 장갑차를 합성한 가짜 이미지가 퍼져나가기도 했다.

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계엄' 등 일부 단어를 메시지에 포함되면 카카오톡 이용이 제한된다는 내용의 사진이 공유되기도 했다. 해당 사진에는 "서비스 운영 정책 위반으로 카카오톡 사용이 임시 제한되었습니다. 임시조치 기간 동안 카카오톡 이용 재개는 불가하며 카카오톡 인증·가입 및 탈퇴에 제한이 있습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팝업 화면이 나왔다. 이 정보 또한 가짜뉴스로 판별됐다. 카카오 측은 해당 정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계엄과 같은 국가 비상상황에서 SNS, 유튜브 등이 국민들 간 소통을 유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대안 미디어로서 활용되긴 했으나 가짜뉴스의 온상지라는 문제도 함께 나타난 셈이다. 오픈채팅방 등 토론에서도 장갑차 사진, 11시 통금 명령 등에 대한 내용이 올라오자 '가짜뉴스는 퍼뜨리면 안된다', '사진을 살펴보면 오늘 찍은 게 아니다'라며 자정 시도가 나타나기도 했다.

한편 3일 밤 선포된 비상계엄령은 국회 요구에 따라 약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4시30분부로 비상계엄을 해제하고 계엄사무에 투입된 군 병력을 부대로 복귀시켰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45년 만의 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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