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현 회장 4선 도전에
허정무·신문선 축구인 가세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대한축구협회의 수장을 뽑은 회장 투표가 12년 만에 경선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정몽규 현 회장, 허정무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 전 이사장 그리고 신문선 명지대학교 초빙교수가 삼파전을 벌이게 됐다.
4일 현재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외친 인물은 총 3명이다. 정몽규 회장이 4선을 노리고, 허정무 전 이사장과 신문선 교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장 먼저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건 허 전 이사장이다.
허 전 이사장은 지난달 25일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며 "더는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춰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9일 정 회장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 호텔서 열린 2024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취재진을 만나 "후보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라며 4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2일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냈으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도 연임 심사서를 제출하면서 4선 도전을 위한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여기에 신 교수까지 가세했다.
신 교수는 3일 보도자료를 낸 뒤 "'(정몽규 회장이 축구협회의) 마지막 재벌 회장으로서 정씨 집안의 회장을 끝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축구협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축구협회장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에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는 지난 2013년 이후 12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12년 전 당시 정 회장은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 김석한 전 전국중등축구연맹 회장, 윤상현 의원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당선된 바 있다.
이후 2선과 3선 때는 홀로 입후보해 경선 없이 뽑혔다.
정 회장은 이번 선거에서 4선에 도전한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회원종독단체 임원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 기여나 주요 국제대회에서의 성적, 단체 평가 등 성과가 뚜렷할 경우에는 3선 이상에 도전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앞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체육회 공정위로부터 3선 연임 도전 승인을 받았기에, 정 회장의 4선 도전 승인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거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특정 인물의 당선 확률이 높다고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후보들의 장단점이 명확하다.
정 회장은 현재 축구 팬들은 물론, 축구인들 그리고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회사 리얼미터가 축구 콘텐츠 업체 달수네라이브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정 회장의 4선 도전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61.1%로 나타났다.
하지만 HDC그룹 총수인 정 회장은 현재 후보 중 가장 자금력이 뛰어나다. 금전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현 축구협회의 갈증을 그나마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다.
허 전 이사장의 경우, 정 회장의 대항마로 가장 먼저 희생을 자처했다는 면에서 축구인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또 31년 동안 현대가(家)가 축구협회를 장기 집권한 것과 달리, "후배 축구인들이 앞으로 마음 놓고 해나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겠다"며 분위기 쇄신용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다만 안정적인 축구협회 운영을 위해선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허 전 이사장이 출마 기자회견 당시 "비즈니스맨이 되겠다"며 "발로 뛰며 해낼 각오를 갖고 있다"고 밝힌 배경이다.
신 교수는 허 전 이사장과 비슷하다. 축구계 전반을 거친 다양한 경험은 높이 평가받으나, 금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파전이 되면서 표가 분산돼 정 회장의 4선 성공을 전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신 교수는 야권인 허 전 이사장과 본인이 단일화를 하는 방향까지 고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난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인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쓴소리를 해왔다. 탄압받고, 비난받고 마이크를 뺏기고 볼펜을 뺏겼는데도 불구하고 난 한국 미래를 위해서 한 방향만 보고 왔다"며 "단일화라는 건 축구의 행정적인 철학과 비전, 이데올로기가 맞아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선 내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런 부분에서 다소 생각의 차이가 있더라도, 선거는 결국 표로 판가름이 난다. (허 전 이사장과) 단일화를 하는 것이 재벌 총수가 축구협회장직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는 그런 극한 상황이라면, 유연성을 갖고 고민하겠다는 열린 마음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축구협회 회장 선거운영위원회는 오는 12일 구성되며, 25일부터 사흘간 후보 등록을 받는다.
선거인단은 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단체 임원, 지도자·선수·심판 등 축구인 약 200명으로 구성된다.
선거는 2025년 1월8일 열리며, 새 회장 임기는 1월22일 정기총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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