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난민촌 선교사 송솔나무 "전쟁, 언젠가 종식됩니다"[이수지의 종교in]

기사등록 2024/11/30 10:00:00 최종수정 2024/11/30 10:46:16
[서울=뉴시스] 선교사 송솔나무 (사진=솔나무 재단 제공) 2024.1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 활동은 제 사명입니다. 사명은 목숨을 뛰어넘고 돈을 버는 걸 뛰어넘어 내가 좋아하는 것도 포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해야만 하는 일입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고 있는 송솔나무 선교사는 플룻 연주자로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음악가가 행복한 이유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을 벌기 때문이죠. 저는 음악가인 데다가 제가 하고 싶은 구호 활동도 하고 있으니 정말 행복한 거죠."

송 선교사는 13살 줄리어드 예비학교, 17살 스위스 로잔 국립음악원에 입학하고 카네기홀과 링컨센터에서 독주회와 오케스트라 협연을 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일본에서 '음악 선교사'로도 활동했던 송 선교사를 우크라이나로 이끈 것은 지난 2022년 2월 뉴스에서 들려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이었다.

"당시 뉴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들었어요. 전쟁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를 떠났다는 루머와 달리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본인 핸드폰으로 SNS를 통해 많은 국가에 도움을 청했고 그 방송을 보다가 우크라이나와 같은, 침략당한 아픔이 있는 우리나라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송 선교사는 당시 자신이 홍보대사로 있는 여러 국내 NGO단체들에 연락했다. 국내 NGO 단체들은 유럽 국가에서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들을 도운 경험이 없어  송 선교사는 우선 홍보대사 자격으로 난민촌 상황과 필요한 지원을 파악하려고 폴란드로 떠났다.

송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구호 활동 계기에 대해 "막상 국경에서 밀려오는 난민들을 보니 땅이 넓은 우크라이나 특성상 국경까지 나오는 것이 여성들과 어린이들에게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결국 우크라이나로 들어가 NGO 물자 창고에서 후송 임무와 물자 지원 등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선교사 송솔나무 (사진=솔나무 재단 제공) 2024.1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우크라이나는 현재 대한민국 국적으로는 입국이 불가한 4단계 여행 금지구역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시 중이라 항공으로 들어 갈수가 없어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국경을 통해 주로 들어간다.

송 선교사가 주로 활동하는 지역은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 하르키우, 이지움 등 일반인이 쉽게 들어 갈수 없는 남동부 최전방이다. 송 선교사는 미국 국적자이고 우크라이나와 전쟁 난민을 돕는 NGO에 등록이 되어 있어 우크라이나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처음 1년간 송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서쪽 안전지역에서 남동부 최전방으로 물자를 후송했고, 나올 때 난민들과 부상병들을 데리고 나왔다. 이후 창고 직원들이 송 선교사가 플룻 연주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지난해부터는 난민들을 위로하는 연주도 하고 있다.

"보통은 연주자에게 연주하는 장소가 중요해요. 카네기홀이나 링컨센터는 영광된 자리일 텐데 저는 관객이 중요합니다. 헤르손 지역에 있는 방공호에서 난민 아이들 앞에서 연주하는 그 순간을 그 어떤 연주자가 경험할 수 있겠어요. 이 아이들은 보통 관객이 아니잖아요. 연주자에게 이는 특권입니다."

송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난민 구호 활동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여권에 도장을 찍을 곳이 없어 2번 재발급 받을 정도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을 자주 넘나들고 있다. "한 번의 경험이 제 인생을 변화시켰고, 그다음부터는 덤으로 주신 생명으로 지금까지 이 사명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최근 구호활동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재정적 한계에 부딪혔다. 전쟁 초기에 기증받았던 많은 구호차량이 노후됐고 송 선교사가 전쟁지역에 거주하면서 연주활동으로 충당했던 구호 자금 지원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송 선교사는 지난 5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재단 '솔나무'를 만들고 이사장을 맡았다. 이 재단은 보다 체계적으로 우크라이나 구호 활동을 지원하는 외교부에 등록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이 재단 지도목사인 윤동현 목사는 "이번 사역이 난민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선교사 송솔나무 (사진=솔나무 재단 제공) 2024.11.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송 선교사는 이번에는 재단 이사장으로 우크라이나로 돌아간다.

"최전방에 있는 아이들과 독거노인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고 전쟁고아들이 모여 있는 고아원 등을 방문할 계획이 있어요. 전쟁 종식 후 재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송 선교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한다.
 
"전쟁은 언젠가는 종식됩니다. 분단된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한국전쟁 중 200만명 넘는 자원봉사자가 우리를 도왔음을 잊으면 안 됩니다. 코로나 때처럼 우리도 함께 이겨내야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