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칼데콧상 명예상을 받은 작가 차호윤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자기 전에 항상 읽어준 책에 영향을 받아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에서 초·중학교를 일부 다닌 시간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미국에서 지냈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서 만난 차 작가는 그림책 '갯벌이 좋아요'와 관련된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텍사스주에 살아서 갯벌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진흙에 그런 생태계가 있다는 자체와 부모님께 질문했을 때 당연하듯 게와 해산물을 설명해 주셔서 마법의 세계 같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제 책이) 베드타임 스토리가 되는 것도 하나의 상"이라고 했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줄리 렁의 글과 차 작가의 그림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유산을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로 표현해 동서양 문화의 공존을 그려낸다.
차 작가는 줄리 렁의 원고를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동양인이자 이민자로 자신이 겪어왔던 정체성에 위안을 건넸기 때문이었다.
차 작가는 "아이로서 고르지 않아도 되고 두 가지 문화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는 걸 읽었을 때 얼마나 위안이 되고 자부심으로 당당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며 "아이들이 갈등을 많이 안 겪어도 된다는 부분이 울음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차 작가는 "사서와 교육자, 양육자들이 정말 동화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정말로 한 도서를 지정해 가르친다"며 "예를 들어 동양의 12간지가 미국에서 생소한 개념이니까 가르치는 흐름을 만들었다"고 했다.
"사서들이 너무 관심 많아하니까 항상 그런 책들이 꽉꽉 채워 있다"며 "사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닌 아이들한테 책을 쥐어 줄 수 있게 하는 게 인상이 깊었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열린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개막식 참석부터 오후 '칼데콧상 수상작가 차호윤을 만나다' 강연까지 일정을 소화한 차 작가는 도서전에 참가한 소감도 전했다.
차 작가는 "첫 강연이라 무엇을 생각해야 할지 몰랐다"며 "너무 따듯하게 들어주고 받아주셔서 출판 관계자분들이 다 가족 같고 동화책을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가 뛰어노는 게 보기 좋다"며 "사심을 채우면서 책을 담으러 간다"고 덧붙였다.
차 작가는 아이들이 책에서 자기만의 메시지를 찾길 바란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두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있으니 저에 대한 탐구가 많아지고 질문이 많아져 미술로 들어갔어요. 제 작품이 정체성 같은 무거운 이야기 아니더라도 자기만의 라퓨타를 찾는 식으로 제 책에서 자기에게 맞는 메시지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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