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시스]김민지 이아름 기자 = 부산 내 2번째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원청업체 등에 대한 1심 선고 날인 27일 재판부가 피고인들이 모두 참석한 재판장에서 피해자 측과의 합의를 권고하며 선고를 연기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이창민 판사는 이날 오후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산업재해치사)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전 대표이사 A(50대)씨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A씨와 함께 기소된 하청업체 대표 B씨와 현장 소장 C씨, 크레인 운전기사 D씨 등도 이날 재판에 참석했다.
당초 재판부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모두 참석한 법정에서 갑자기 선고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과 합의한 원청업체와 A씨를 언급하며 "당시 업체 소속이었던 C씨는 왜 같이 합의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C씨도 (피해자 측과) 합의할 때 같이 하는 것이 좋지 않았겠느냐"며 "앞으로 누가 현장 소장을 하려고 하겠는가"라며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C씨는 동종 전과가 있음에도 이렇게 넋 놓고 있으면 되겠는가"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차치하고 피해자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합의하는 노력을 해야 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피해자 측과의 합의 또는 공탁을 낼 것을 권고하며 선고기일을 내년 1월22일로 지정했다.
피고인들은 판사의 지시 사항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재판이 끝나자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같은 이례적인 상황에 이날 재판을 방청한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본부)는 의아함을 드러냈다.
이숙견 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사고 발생 이후 2년이 지나고 있는데 재판부의 이번 결정이 처벌을 제대로 하기 위한 것인지 합의를 한 내용을 반영해서 감형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며 "이번 재판부가 유별나게 합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원청업체는 법인과 A씨만 합의를 보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며 "하도급업체의 합의 여부는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2022년 11월2일 부산 기장군의 한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E(40대)씨가 불법 개조된 화물 크레인 위에서 고소작업대를 설치하던 중 작업대와 함께 2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E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같은 달 7일 숨졌다.
A씨 등은 원청과 하청업체가 고소 작업대의 추락 위험 방지를 위한 출입을 금지하는 등 필요한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안전 인증 기준에 맞지 않은 크레인 등을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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