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한국에서 배우 정우성과 모델 문가비 사건으로 '비혼 출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영국에서는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갖기 위해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이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최근 영국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은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이뤄진 난임 시술을 받은 사람의 가족 구성을 분석해 이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HFEA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혼 여성에게 이뤄진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을 포함한 난임 치료는 2012년 1400여건에서 2022년 4800여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이성 부부 혹은 커플이 받은 난임 치료가 2012년 4만 5300여건에서 2022년 4만 7000여건으로 소폭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여성 부부가 난임 시술을 받아 임신을 시도하는 사례 역시 같은 기간 1300여건에서 3300여건으로 150% 이상 증가했다. 영국 정부는 2013년 7월 영국 여왕의 서명을 받고 동성결혼을 합법화해 이듬해 3월부터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2년 이뤄진 전체 난임 시술 가운데 각각 2%로 집계됐던 독신 여성과 여성 부부의 비중은 2022년 각각 6%와 4%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HFEA의 보고서는 이처럼 독신 여성의 비혼 임신 시도 사례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여전히 이성 부부에 비해 재정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로부터 난임 시술 비용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불임임을 증명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할 뿐만 아니라 NHS의 지원 비용 또한 같은 국가일지라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NHS의 독신 여성 난임 치료 지원 자금은 지역 통합 의료 위원회(ICB)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지역마다 그 금액이 다르다. 특히 스코틀랜드에서는 NHS에서 독신 여성에게 난임 치료 비용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BBC는 설명했다.
영국 전역의 18-39세 환자에 대한 NHS의 자금 지원 비율은 이성 부부의 경우 2022년 52%로 집계됐지만 독신 여성과 여성 부부에 대한 지원 비율은 같은 해 각각 18%와 16%로 나타나 이성 부부의 자금 지원 비율이 3배 이상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난임 시술 자금 지원 관련 규정이 자발적 비혼 임신과 같은 환자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게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로라 로즈 소로굿와 그녀의 여성 파트너는 실제로 지난 13년간 부부 사이에 네 명의 자녀를 가지는 데만 최대 6만 파운드(약 1억 550만원)을 썼다고 한다.
로라는 "격동의 여정이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아이를 갖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다"고 BBC에 전했다.
이어 "비용 때문에 아이를 갖기 위한 노력을 중단했던 많은 성소수자들을 알게 됐다"며 "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결혼하지 않고도 출산할 수 있다는 이른바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은 영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사회조사'에 따르면 20~29세 응답자 중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42.8%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 30.3%와 비교해 12.5%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2014년 34.9%에서 올해 22.2%로 감소했다.
또 실제 지난해 전체 출생아 23만명 가운데 혼인 외 출생아는 1만900명에 달해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출생아 20명 중 1명이 혼외자였던 셈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주요 국가의 비혼 출생 비율은 프랑스 62.2%, 영국 49.0%, 미국 41.2%, 호주 36.5%로 대부분이 한국(4.7%)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언론 뉴시스 cy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