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지적장애인 이용해 살인…죄질 나빠"
모텔 사장 측 "교사 아냐…허위 진술 의심"
1심, 징역 27년 선고…"지적장애 악용해 교사"
주차관리인은 2심서 징역 15년 선고 받아
서울고법 형사14-3부(부장판사 임종효·박혜선·오영상)는 27일 살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모(45)씨의 항소심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의 험담이나 모함이 없었다면 주차관리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며 "피고인이 주차관리인에게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하며 피해자에게 반감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른 중증 지적장애인을 이용해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자의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1심 검찰 구형과 같이 징역 4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씨 측은 주차관리인 김모(33)씨에게 살인을 교사할 동기가 없었고 김씨가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씨 변호인은 "피해자와 피고인은 재개발과 관련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했다"며 "김씨는 수사 과정부터 당심까지 계속 진술이 변경되는데 감형을 이유로 허위 진술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피고인이 정상인보다 지능이 낮은 김씨에게 살인을 교사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 부담이 큰 일"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 판결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저는 결코 살인교사를 하지 않았고 진심을 다해 친동생으로 대했던 김씨가 누명을 씌우는 것을 보니 억장이 무너지고 배신감이 든다"며 "진실을 밝혀 제 억울함을 풀고 저와 제 가족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재판부는 조씨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내달 18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앞서 지난해 11월12일 오전 10시께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주차관리인 김씨가 건물주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씨는 살인 사건 피해자 A씨가 소유한 건물 인근의 숙박업소 주인으로, 재개발 문제로 A씨와 갈등을 빚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김씨에게 범행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씨는 주차관리인 김씨에게 범행 약 5개월 전인 지난해 6월7일께부터 A씨의 동선을 보고하게 하고 방수신발 커버, 복면, 우비, 흉기 등 범행도구를 구매하게 시켰다.
지난해 9월부턴 김씨에게 무전기를 사용하는 방법과 칼로 찌르는 연습을 시켰고, 범행 사흘 전인 11월9일에는 A씨 소유 건물의 CCTV 방향을 돌리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씨가 범행 당일인 11월12일 김씨에게 "옥상에서 기다렸다가 A씨를 발견하면 녹음할 수 있으니 말을 하지 말고 그냥 죽여라. 목격자가 있으면 목격자도 죽여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봤다.
그뿐만 아니라 조씨는 김씨에게 약 3년 4개월간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1심은 지난 7월 조씨에게 징역 27년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은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뢰·의지하는 김씨에게 피해자에 대한 험담과 이간질을 해 적대감을 심어주며 지적장애를 가진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살인을 교사했다"고 판시했다. 조씨와 검찰 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A씨를 살해한 김씨는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2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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