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3분의 2 농경지…축산업이 온실가스 주 배출원
축산 농지를 일반 농지나 자연 토지로 전환할 목적
농업에서 생산된 이산화탄소 1t 당 6~15만원 부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소와 돼지의 방귀와 트림, 배설물에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덴마크에는 인구의 다섯 배에 달하는 소와 돼지가 있다. 토지 3분의 2가 농경지여서 덴마크에서는 농업이 최대 기후 오염원이 돼 가고 있다.
이에 따라 3당 연립 정부가 가축이 방귀와 트림, 배설물로 배출하는 메탄에 지구 온난화 세금을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여러 해 동안 협상 끝에 마련된 세금 부과법이 이달 의회에서 통과됐다.
세금 부과는 농업 공해를 줄이고 농지를 원래의 토탄층 토지로 되돌리기 위한 조치다. 덴마크 농지의 상당 부분이 수십 년 전 토탄층을 개간한 곳이다. 농지를 지구 온난화 가스를 가두는데 매우 효과적인 토탄층으로 되돌리면 온난화 방지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이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러나 식품, 일자리, 산업적 측면에서 식량 생산과 관련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가 매우 어렵다.
농민들이 지구 온난화의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이기도 하다. 과도한 더위와 가뭄, 극단적인 홍수 등 재난 때문에 식량 생산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농업의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저항에 부닥쳐 있다. 뉴질랜드가 2022년 방귀세를 도입했으나 다음 정부가 곧바로 폐기한 일이 단적인 예다.
덴마크에서도 강력한 저항이 있었다. 그러나 독립 전문가 패널이 제시한 증세 방안에 농민 단체의 강력한 반대 로비가 있었다. 정부가 세금 부과를 늦추고 농민들에게 세금만큼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환경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달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정부 청사 앞에 걸린 플래카드에 “식량은 동물이 아닌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결국 이달 들어 법안이 통과됐다. 2030년부터 영농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1t에 연 300 덴마크 크로네(약 6만 원)을, 2035년부터는 750 크로네(약 15만 원)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다만 메탄 배출을 중화할 완벽한 기술이 개발되지 않은 탓에 농민들에게 낸 세금의 60%를 환급하게 된다. 메탄 배출을 줄이는 사료를 먹이고 돼지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가스회사에 판매하는 농민들에게는 환급액이 추가된다. 세금이 행동 변화를 촉발하기 위한 것이지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법안 논의 과정에는 농민을 대변해온 중도 우파 정당 벤스트레와 유럽 최대 축산 협동조합 아를라 푸즈도 참여했다.
덴마크에서 생산되는 버터의 3분의 2와 분유의 절반이 수출된다. 제3세계가 성장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제품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유럽의 경우 유제품과 축산물 소비는 30년 동안 정체돼 있다.
세금 도입으로 대규모 축산 농가는 사료 첨가물을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유기농 제품은 첨가물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유기농 제품 생산 농민들은 토지를 축산용이 아닌 과수원이나 채소밭으로 바꾸는 식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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