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들, 최소 연 700조원 '기후 현금' 바랬으나 400조원에 타협

기사등록 2024/11/24 22:01:21 최종수정 2024/11/24 23:01:19

400조원은 공적 및 민간인 지원이 섞여있으나 거의 현금 무상지원

[AP/뉴시스] COP29를 주최한 아제르바이잔의 무크타르 바비예프 COP의장이 24일 새벽 폐막 인사를 마치고 협상 참여자들게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주최국 진행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의 2024 당사국회의(COP29)가 24일 새벽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부국들이 빈국들에 연 3000억 달러(420조원)의 '기후 재정' 지원을 해주기로 합의하고 폐막했다.

바쿠 회의는 '기후 재정지원의 새로운 집단 양적 목표'(NCQG)라는 이름의 제2의 '기후 기금' 설립을 제1의 목표로 했다. 열이틀 일정을 하루 반 연장한 끝에 '2035년까지 연 3000억 달러' 갹출 기부를 195개 유엔 총 회원국들이 합의하면서 종료된 것이다.

2026년부터 시작해 늦어도 10년 뒤인 2035년까지 모아야 하는 3000억 달러는 매해 기준이며 전액 부국들이 부담하고 수혜자는 빈국 및 개도국들이다.

액수는 명시되어 있지만 이 돈을 낼 부국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들인지 또 돈을 받을 개도국들이 어느어느 나라들인지 추상적인 공란으로 남아있다.

COP29 최종합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약속이다. 돈을 누가 낼 것인지가 적시되지 않는 3000억 달러 모금 기부 약속은 허장성세의 공수표로 보일 수 있지만 '기후 기금'의 전례로 보아 이것은 확실한 국제적 수표라고 할 수 있다.

연 3000억 달러, 420조원은 전세계 200개 국가 중 15% 미만인 20여 북반구 선진국들이 전담하게 된다. 받을 나라 수는 선진국 그룹 OECD 맞은편에 있는 '발전을 다 이루지 못하고 진행중인 나라' G77이 바탕이 된다.

30개국이 해마다 420조원을 모아서 100개국 정도에 나눠준다고 보면 된다. 2025년 종료되는 제1의 기후기금인 녹색기금은 2023년도 경우 20여개 국이 1200억 달러(165조원)를 모았다.

[AP/뉴시스] 유엔 기후협상 수장인 시몬 스틸 사무차장이 24일 바쿠 COP29 폐막 직후 기분 좋은 제스처를 하고 있다. 많은 개도국들의 불만에도 유엔 기후 당국은 큰 진전을 이뤘다고 말한다.
자국을 부국이 아닌 개도국 빈국이라고 보는 100여 국가들은 이번 바쿠 회의에 참가하면서 새 기후기금 조성규모를 '2030년까지 연 1조달러(1400조원)'로 잡았다. 결국 1조 달러가 그 3할인 3000억 달러에 머문 것이다.

개도국들이 1조 달러를 내내 고집한 것은 아니고 최후의 이상적 액수는 5000억 달러(700조원)였다고 할 수 있다. 5000억 달러가 3000달러로 줄었지만 목표의 60%를 이뤘다는 뜻이다.

많은 개도국들이 주최국 아제르바이잔이 제멋대로 성급하게 폐막 방망이를 쳤다고 분노하고 있으나 그래도 60% 목표 달성에 의미를 두는 개도국과 환경 활동가들도 많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이상적 액수 5000억 달러 및 실현의 3000억 달러는 거의 '현금'에 가까운 성격의 지원금이라는 점이다.

3000억 달러는 부국 정부의 공적 자금은 물론 민간 자금도 포함된 것이나 그저 주는 무상 원조에 가까운 최저리의 보조금 및 저리의 대출금으로 이뤄졌다.

국제 지원 중 말만 그렇고 실제는 상당한 이자를 원금과 함께 갚아야 하는 '빚 채권을 빈국에 떠안기는 경우가 많다. 바쿠 회의의 연 3000억 달러, 420조원은 100%는 아니지만 빚으로 전락할 '거짓' 지원은 아닌 것이다.

바쿠 회의의 폐막 선언서에는 3000억 달러 외에 '2035년까지 광범위한 의미의 1조3000억 달러(1800조원) 기후지원 기금의 조성에 노력한다'는 구절이 들어 있다.

이때 '광범위한 의미'는 3000억 달러의 특징인 현금 성격에서 벗어난 간접 금융지원 및 민간 투자 그리고 검토 중인 세계 차원 기후관련 세금 부과를 가리킨다. 현실화를 보장하기가 어려운 지원책인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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