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마오리족 권리약화 법안의 2차독회 앞두고 큰 시위

기사등록 2024/11/19 19:08:05

"건국 조약을 새롭게 해석해서 마오리족의 '특권'을 없애는" 법안

집권당 내 제1당과 3당의 반대로 1차독회 통과후 부결 가능성

[AP/뉴시스] 19일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의 의사당 앞에 수만 명이 모여 '건국조약 재해석' 법안 논의를 항의하고 있다. 뉴질랜드 국기와 마오리족 국기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뉴질랜드에서 원주민 마오리족과 영국 왕실 간에 체결되었던 건국 조약을 '재해석하는' 법안의 2차 논의를 앞두고 19일 의회 앞에 최대 규모의 항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경찰은 4만2000명이 시위에 참가해 마오리족 권리 주창 시위로서는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와이탄기 조약'를 해석하는 방식이 급진적으로 바뀌게 된다. 본 조약은 1840년에 500여 명의 마오리족 추장들과 현재도 뉴질랜드에 총독을 파견하고 있는 영 왕실 사이에 서명된 것으로 마오리족의 권리가 유지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문제의 '조약 원칙 법안'은 현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작은정부 지향의 액트당이 줄곧 주장해온 것으로 조약 내용을 기존의 원칙을 버리고 자당의 자유주의 원칙에 의거해 해석하자는 것이다.

액트 당의 법안은 지난주 1차 독회를 통과하기는 했으나 지지가 제한적이어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법안 상정 자체가 일반 국민, 학자, 법조인 및 마오리 권리 그룹 사이에 광범위한 분노를 촉발시켰다.

법안이 뉴질랜드 국민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키고 본 조약의 의미를 해치며 나아가 마오리족과 통치 세력 간의 관계를 나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의회 사법위원회는 법안에 대한 의견를 6개월에 걸쳐 청취하고 의회에 2차 독회 회부할 예정이다.

이날 시위대의 선두 그룹이 정오께 의회 앞에 도달했는데 이때 시위 군중이 2㎞ 길이로 시내를 뻗쳤다. 마오리족의 타노 랑가티라탕가 국기인 적색, 백색 및 흑색의 기가 시내 건물들을 물들였다.

시위대는 정부에 조약을 존중할 것을 요구하거나 '법안을 당장 없애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펼쳐들며 마오리족의 고유 무용 노래들을 열창했다.

[AP/뉴시스] 19일 수도 웰링턴 시내를 가득 메운 법안 반대 시위에 원주민 마오리족이 참여하고 있다
와이탕기 조약의 원칙에 관한 해석은 지금까지 50년 넘게 법원, 특별법정 및 집권 정부들에 의해 이어져오면서 축적되었고 틀을 갖췄다. 원 조약의 영어 원본과 마오리족 텍스트 사이의 해석 차이를 없애며 마오리족과 뉴질랜드 통치 정부 간의 관계를 설정해온 것이다.

조약의 원칙은 이처럼 계속 개발되고 진화되어 왔으며 참여, 파트너십, 보호 및 문제 시정 등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이 원칙들에 기반해서 마오리족들이 직면해온 심각한 사회적 및 경제적 불평등을 치유하고자 했다. 

작은정부 지향의 자유주의를 내건 액트 당은 현행의 원칙들이 조약의 원래 내용을 왜곡해 뉴질랜드 국민들을 쌍둥이 체제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한다.

마오리족은 비 마오리족에 비해 특권을 가지며 상이한 정치적 및 법적 권리를 향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같은 "인종에 따른 분리"를 종식시켜야 마땅하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했다. 

법안은 집권 주도의 중도우파 국민당의 참여로 발의된 뒤 14일 1차 독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민당과 3번 째 연정 파트너 뉴질랜드 퍼스트 당은 1차 독회 이후에는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내년에 이 법안은 부결될 확률이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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