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차질 우려…전력망특별법 통과 시급"

기사등록 2024/11/20 06:00:00 최종수정 2024/11/20 08:06:16

대한상의 SGI, '산업계 전력공급 최적화 방안' 보고서

수요 98% 늘때 설비 26%↑…12년 건설 지연 사례도

"獨·美 등 전력망 확보 국가적 현안으로 인식 중"

[용인=뉴시스] '용인반도체 클러스터' 현장 상공 모습(사진제공=용인시)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핵심 전력망 적기 구축을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의 '산업계 전력수요 대응을 위한 전력공급 최적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기간 전력망 특별법안'이 국회 발의 중이다.

이 법안은 송전설비 입지를 결정하는 '입지선정 위원회'의 사업단위별 입지결정 시한을 2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또 부처·지자체 간 이견조정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위원회', 합리적인 토지 보상체계 구축 기반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송전망 건설사업은 평균 5~6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지연 사유로는 ▲주민들의 송전설비 입지 선정 반대 ▲사업 인허가 시 관계기관 의견회신 지연 ▲지자체의 시공 인허가 비협조 등이 꼽힌다.

특히 서해안 발전소와 수도권을 연결하는 북당진~신탕정(345kv) 송전선로의 경우 최초 건설목표는 2012년 6월이었는데, 올해 12월 준공 예정으로 12년6개월(150개월)이나 지연됐다. 동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동해안~신가평 HVDC(500kV) 선로의 준공은 당초 계획보다 66개월 늦었다.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전력 수요량은 두 배로 증가했지만, 송전설비(회선길이)는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해 94GW(기가와트)로, 지난 2003년 47GW 대비 98% 증가했으며 이에 맞춰 발전설비 용량도 154%(56→143GW) 증가했다. 반면 송전설비는 같은 기간 2만8260c-㎞(회선길이·서킷킬로미터)에서 3만5596c-㎞로 늘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송전망 부족은 전력 공급을 제한할 뿐 아니라 정전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며 "기존 전력 소비자에게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어렵게 해 발전사업 성장을 저해하고 산업계 전기요금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반도체 등 첨단산업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대표적 반도체 클러스터인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2050년까지 현재 수도권 전력수요의 4분의 1인 10GW의 전력이 필요하다. 만일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면 반도체 전력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요국에서는 적기 전력망 확보를 국가적 현안으로 인식하고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내고자 법·제도를 개선했다. 독일은 '전력망 확충 촉진법'(NABEG·2011년)을 통해 송전설비가 설치되는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했고, 미국은 '인프라법(IIJA·2021년)'을 통해 에너지규제위원회의 송전망 사업 승인기준을 완화했다.

박양수 대한상의 SGI 원장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 공급은 첨단산업을 포함한 산업계의 경쟁력 확보에 필수조건이며, 이는 튼튼하고 유연한 전력망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며 "국가적 과제인 핵심 전력망 적기구축을 위해 현행 건설체계의 한계를 극복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의 신속 제정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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