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황소정 인턴 기자 = 최근 군인을 사칭해 자영업자들에게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6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군부대 사칭 노쇼를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저희 부모님은 인천 영종도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신다. 집이 멀어 식당 한편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휴일 없이 일하고 계신다"며 "어머니가 너무 속상해하시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괘씸하고,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쓴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그의 부모님은 지난 13일 단체 포장 주문을 받았다. 주문자는 571포대 소속 김동현 중사였다. 당시 김 중사는 "돼지불백 50인분을 내일(14일) 오후 2시에 찾으러 가겠다"며 자신의 휴대전화로 영수증을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A씨의 어머니는 평소 군인들이 자주 식당에 방문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주문을 받았다. 손님의 요구대로 영수증을 휴대전화로 전송하자 부대 직인이 찍힌 공문이 날아왔기에 더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매일 새벽 영종도에서 부평 삼산동 농산물시장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장을 보며 준비하신다. 내일은 장병들이 먹을 것이니 더 서둘러 더 넉넉히 준비하고 신경 써야겠다며 기쁘게 준비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고기와 밑반찬을 직접 만드시기에 전날부터 준비하셨다. 예약 당일 김동현 중사가 다른 휴대전화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와 '문제없이 준비하고 계시냐'는 확인 전화까지 했다"며 "부모님은 당일 오후 1시 50분까지 50인분의 음식과 여분의 고기, 밥을 넉넉히 넣고 식지 않도록 아이스박스에 담아 준비하고 장병들이 후식으로 먹을 귤 2박스도 함께 준비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약속된 시간이 다 됐음에도 김 중사는 가게에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김 중사가 바빠서 그렇겠거니 하며 애써 마음을 다잡았으나, 군인이 시간 약속을 어길 리 없다는 생각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A씨의 부모님은 경찰에 신고했다. 남은 음식들은 상인회를 통해 동사무소, 교통장애인협회, 인근 소외계층에게 기부했다고.
A씨는 "전날부터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을 보며 눈물 흘리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다.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소상공인을 이용한 범죄 행위가 알려져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A씨가 공개한 '군부대 공문' 사진을 본 카페 회원들은 "군에서 쓰는 공문 양식과 다르다"면서 실제 군부대에서 주문해놓고 '노쇼'를 한 것이 아니라 사칭 범죄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처럼 군부대나 군인을 사칭해 가게에 대량 주문을 넣고 나타나지 않는 수법의 범죄가 올해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해자들은 음식을 받아 가기 직전 '주류도 함께 주문해야 하는데 군부대 카드로 술값을 결제하는 것이 여의찮다'는 식으로 주류 금액을 대납해달라고 한 뒤 자취를 감추는 수법을 썼다. A씨의 사례처럼 별다른 금전 요구 없이 '노쇼'만으로도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군인 사칭 노쇼 피해'를 입을 뻔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자영업자 B씨는 "80인분 주문이 들어와서 준비하려다가 아무래도 찝찝한 기분이 들어 검색을 해봤더니 똑같은 사례가 있었다"며 "카카오톡 송금 보내기를 눌러보니 '김동현 중사'가 아닌 다른 이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당일날 우연히 군부대 손님이 식당을 방문했길래 실례를 무릅쓰고 이것저것 물어봤다"며 군부대 사칭 범죄 예방 팁을 공유했다.
글에 따르면, 군부대에서 간부 모임이 있을 때 간혹 전화로 단체 주문을 넣기도 하나 요즘은 배달앱을 이용하거나 직접 와서 주문한다고 한다.
또 주문량은 많아봤자 대체로 20인분 내외로, 이 이상 인원이 많아지면 '영내 행사'로 진행하기 때문에 대부분 영내 식당에서 음식을 준비하지 영외 민간 식당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끝으로 B씨는 "군부대에서는 무조건 선결제를 하기 때문에 음식이나 물품을 먼저 준비한 뒤 결제를 하겠다고 하면 의심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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