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전 선발 고영표, 만루포 포함 2이닝 6실점
4번 타자로 나선 윤동희는 4타수 무안타 침묵
[서울=뉴시스]문채현 기자 = 대표팀 소집 당시부터 류중일 감독이 드러냈던 선발 투수와 4번 타자를 향한 불안이 실전 경기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류중일호는 대만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조별리그 B조 대만과의 1차전에서 3-6으로 패했다.
목표했던 슈퍼라운드(4강)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했던 이날 경기, 류 감독은 선발 투수와 4번 타자 중책을 고영표(KT 위즈)와 윤동희(롯데 자이언츠)에게 맡겼으나, 두 선수 모두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고영표는 이날 2이닝 5피안타(2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부진했고, 윤동희는 무안타로 침묵했다.
1회를 무실점으로 막은 고영표는 2회 들어 급격하게 흔들렸다.
두 개의 안타와 볼넷으로 베이스를 모두 채웠고, 결국 대만 1번 타자 천천웨이에게 만루포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린리에게도 2루타를 얻어맞았고, 2사 2루에선 천체슈엔에게 또다시 우월 투런포를 내주고 말았다.
4번 타자 윤동희 역시 이날 득점 기회를 두 차례 놓치며 고개를 숙였다.
4회초 1사 주자 2루에 들어선 윤동희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이어 나선 5번 타자 박동원(LG 트윈스)이 안타를 치면서 윤동희의 아웃은 더욱 아쉬웠다.
6회초에도 1사 이후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도루에 성공하며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으나, 윤동희의 타구는 대만 3루수를 향하며 진루타를 만들지도 못했다.
9회초 리드오프로 이날 경기 마지막 타석에 나선 윤동희는 삼진으로 물러나며 앞선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류 감독은 지난달 24일 대표팀 첫 소집 훈련 때부터 선발 투수와 4번 타자를 두고 고심 중임을 밝힌 바 있다.
선발 자원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손주영(LG) 등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4번 임무를 수행했던 노시환(한화 이글스)은 어깨, 햄스트링 부상 탓에 엔트리에 들지도 못했다.
당시 류 감독은 취재진에 "선발 투수와 중심 타선을 두고 특별히 고민이 많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최종 엔트리를 확정한 지난 7일엔 "선발 투수 4명으로 운영한다"며 "마무리 투수들이 많은 중간 투수진은 컨디션이 괜찮은 것에 비해 선발진이 약한 느낌이다. 불펜 투수를 많이 활용해야 할 것 같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 감독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만큼 고영표는 일찍이 1차전 선발로 가장 유력하게 점쳐졌다.
고영표 본인도 대만 출국 전부터 "과거 대만 선수들이 사이드암 투수의 체인지업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만약 내가 대만전에 나가게 된다면 내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담담히 말하기도 했다.
역시 난제로 남아있던 4번 타자 자리에도 확실한 적임자는 보이지 않았다.
지난 1일 쿠바 대표팀과의 1차 평가전에 중심 타선으로 나선 박동원과 문보경(LG), 송성문(키움 히어로즈)이 모두 확실한 장타를 때리지 못하며 류 감독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이튿날 펼쳐진 2차전에서 윤동희가 5번 타자로 출전해 첫 타석부터 솔로포를 터트리며 새로운 4번 타자 후보로 등장했다.
윤동희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선 당시 대만 선발 린위민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내는 등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만큼 류 감독은 이날 경기 4번 자리를 윤동희에게 맡겼다.
선발 투수와 4번 타자의 왕관은 역시 무거웠다.
결국 두 선수는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진하며 대한민국에 첫 경기 승리를 선사하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한 류중일호는 14일 쿠바, 15일 일본, 16일 도미니카공화국, 18일 호주를 차례로 상대한다.
한국 대표팀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 라운드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선 남은 네 경기에 나설 선발 투수와 4번 타자의 활약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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