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날]'22명의 슈퍼히어로' 청주동부119구조대

기사등록 2024/11/09 09:03:27 최종수정 2024/11/09 14:04:15

산·계곡 어디든 출동…근무지는 '생사의 갈림길'

야구선수에서 특수부대까지…사용장비만 230종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8일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 2팀이 소방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1.09.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화재 진압과 환자 이송만 소방의 업무는 아니다.

맨몸으로 오르기도 벅찬 험난한 산부터 폭우로 불어난 빠른 물살의 계곡, 화학물질이 유출된 공장, 차량으로 뒤엉킨 도로까지.

위험에 노출된 시민이 구조를 기다린다면 그곳이 어디라도 단숨에 달려가는 소방관들이 있다.

다루는 장비만 230여종, 처리하는 업무만 20여개. 현실판 슈퍼히어로, 청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다.

못하는 일이 없다. 벌과 사투를 벌이며 벌집을 제거하거나 도로에 쓰러진 나무를 전기톱으로 베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도심을 헤집는 멧돼지 포획, 차가운 얼음장 속에서의 수중탐색, 찌그러진 사고 차량 내 운전자 구출, 여기저기 치솟는 화염을 뚫는 인명구조 등 셀 수 없는 다양한 일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한다.

[청주=뉴시스]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가 구조활동을 위해 문을 강제 개방하고 있다. (사진= 청주동부소방서제공) 2024.1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모든 대원은 비범함 그 자체다. 구조대에 들어온 지 1년 8개월 된 전이준(26) 소방사는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 중 하나인 서울 덕수고등학교 야구부 5번 타자로 활약했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는 데 사용하던 근력과 날렵함은 이제 인명구조를 위한 장애물 해체 작업에 쓰인다. 공을 타격하는 특유의 반사신경은 현장 곳곳에 난무하는 위험 요소를 피하는 데 이용된다.

운동을 통한 단체 생활 경험은 구조대 소속감으로 이어졌고, 협력의 한 줄기로 구조대를 지탱하고 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송성원(35) 소방교는 전공을 살려 연구개발 일을 해오다 특채로 소방복을 입었다. 누출된 성분 특성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다른 화학사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전문가 노릇을 한다.

해군특수전전단(UDT), 군사경찰특수임무대(SDT),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등 부대 이름만 들어도 입어 떡 벌어지는 특수부대 출신도 수두룩하다. 꼬박 24시간을 구조 업무에만 매달려야 하는 때에도 군인 정신으로 무장했던 과거 경험으로 고난을 극복한다. 갈고 닦은 강철 체력은 '역시 구조대'라는 감탄마저 불러일으킨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8일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 2팀이 소방서 훈련장에서 로프를 활용한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2024.11.09.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소방서 1층에 마련된 15평 남짓의 사무실에는 22명의 소방관이 3교대로 근무한다. 얼핏 일반 회사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책상마다 켜켜이 쌓인 서류뭉치들은 그들의 막대한 업무량을 짐작게 한다.

상세한 내용의 서류에도 담기지 않는 구조대의 진짜 이야기는 현장에 녹아있다. 때문에 이들의 근무지는 '생사의 갈림길'로 불린다.

근무 형태는 '출동과 훈련' 뿐이다. 더 많은 시민을 구하기 위한 반복된 훈련과 교육은 필수다. 훈련 종류만 화학·수난·산악·도시탐색 구조 등 10개에 달한다.

현행법은 모든 구조대원에게 한 해 최소 40시간의 특별구조훈련 이수를 명시하고 있다. 대원들은 일찍이 40시간을 다 채우고 그 2배, 3배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청주=뉴시스]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가 교통사고 차량에서 운전자 구조하고 있다. (사진= 청주동부소방서제공) 2024.11.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시민의 생명이 구조대의 손에 달렸다는 책임감은 곧 동력이 되고 자부심이 된다.

박병권(37) 소방장은 2년 전 청주의 한 아파트 화재 현장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박 소방장은 화재층 상부에 있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과정에서 마주한 4살 꼬마 아이의 눈동자를 잊지 못한다.

"망설일 시간조차 없었죠. 아이에게 보조 마스크를 씌워준 뒤 그대로 안고 뛰어 내려왔습니다."

당시 박 소방장은 10층에서 1층까지 계단을 달려 아이를 살렸다. 하지만 이날 사고의 기억은 까만 재로 남아 있다. 또 다른 시민이 숨졌기 때문이다.

"이미 사망자가 발생했던 화재 현장이었습니다. 그때 구조로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자꾸만 남아요. 어쩌면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말 구할 수 없었을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더라고요."

윤상인(31) 소방교는 지난달 7일 문의면의 한 야산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60대 남성을 들것에 싣고 하산하기도 했다.

험준한 산세로 바지가 찢어지고 나뭇가지에 피부가 긁히기도 했지만, 생명을 구했다는 보람은 항상 보상 기준을 뛰어넘는다.

"힘들죠. 왜 안 힘들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힘이 나요. 그것도 매번 말이죠.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자꾸만 저를 현장으로 다시 뛰어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청주동부119구조대는 최근 3년(2021~2023)간 7200여 차례 출동해 1000명 이상의 목숨을 구했다.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1900여 건의 구조 활동을 펼쳤다.  
[청주=뉴시스] 서주영 기자 = 8일 충북 청주동부소방서 119구조대 2팀이 소방서 훈련장에서 로프를 활용한 구조 훈련을 하고 있다. 2024.11.09. juyeong@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juyeong@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