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가 시작되면서 어느 해보다 많게 세계 주요 국가들이 선거를 치른다는 사실이 주목되었다. 연초의 이 선거 풍년 일정이 연말을 앞둔 지금 '집권당 참패' 풍년의 엄연한 기록으로 변했다.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하면 정권을 내놓던지 아니면 이전의 위세는 찾을 수 없게 간신히 연합정부로 연명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이 같은 올해의 집권당 선거 흑역사를 짚어보자.
영국의 집권 보수당(토리)은 정기 총선 일정을 반년 앞당겨 7월4일 조기 총선을 치렀다. 결과는 전체가 소선구로 이뤄진 650석 하원 의석 중 보수당이 차지한 곳은 121개였다. 선거 직전 이 보수당이 보유한 의석은 356석이었다. 무려 235석이 한나절 선거에서 날아가 14년 간의 집권을 마감한 것이다.
노동당은 221석이 412석으로 돌변하며 정권을 잡았다.
프랑스의 중도주의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이 15%로 극우 국민집합의 반도 못되자 즉시 3년 앞당긴 조기총선 실시를 선언했다. 6월30일 1차투표와 7월7일 결선투표를 통해 마크롱의 집권연합 앙상블은 하원 557석 중 168석을 '건졌다'.
건졌다는 말은 1차투표 후 상황을 보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표현이다. 1차 후 예측은 '앙상블은 선거 직전 250석이 120여 석으로 쪼그라들고 극우 국민집합이 과반 279석까지 가능해 단독 정부(내각) 구성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한 '반극우의 공화주의 전선'이 형성되어 결선 결과에서 앙상블은 170석에 육박했고 극우 연합은 143석에 그쳤다.
한때 350석까지 차지했던 마크롱 집권연합은 극우 내각 및 극좌 내각을 막긴 했으나 앙상블 주도의 연정 구성에 계속 실패해 선거 두 달 뒤에 우파 공화당 미셸 바르니에에게 총리직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보다 앞서 인도의 힌두 국수주의 바라타야 자나타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6월 초 순차마감되는 정기 총선을 앞두고 '욕심사납게 보이는' 포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연방 하원 543석의 과반선을 여유있게 넘어선 303석의 현 단독 의석을 '353석'으로 늘려야 하고 늘릴 수 있다고 장담한 것이다.
7억 명이 투표한 결과 모디의 BJP는 50석을 더 얻기는커녕 60석을 잃고 243석으로 과반에 39석이 부족한 신세로 추락했다. 지방당과 연정을 구성해 인도 최초로 3기 연속 집권에 성공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일본 자민당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취임한 지 4주도 안 지난 10월27일 중의원 조기총선을 실시했다. 결과는 자민당 대패로 총선전 탈당 의원 빼고도 과반선을 11석 앞섰다가 총선후 191석으로 주저앉았다. 과반선에서 42석이나 미달한 저 밑으로 밀려난 것이다.
11월5일의 미국 대선과 연방 상하원 총선에서 집권 민주당은 대통령직과 상원 다수당 지위를 빼앗겼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을 차지한 드라마 뒤에는 대선 투표에서 집권 민주당 득표율이 4년 전보다 3.8% 포인트 감소했다는 차가운 통계가 있다.
이는 트럼프와 해리스라는 후보 개인 대결보다는 올해 선거를 치르면 집권당이 예외없이 정권을 잃거나 의석 및 득표율을 크게 까먹는 수모를 당하는 경향의 연속인 것이다.
정치 단체 조사에 의하면 올해 선거를 치른 10개 '대국'에서 모두 집권당이 수모를 당했다.
이 같은 올해 집권당의 선거 연속패배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인플레, 물가고'가 예외없이 제일의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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