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거리 둔 기업가, 민주당 지지자에서 트럼프에 올인
대선 이어 중간선거 등에도 강력한 영향력 예고
‘정부 효율성 위원회’ 위원장 등 정치적 야망 어디까지 관심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6일 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게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자신의 정치적 야망의 시작일 뿐이라며 억만장자 기업인의 정치 참여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6일 대선 승리를 선언한 연설에서 머스크를 ‘새로운 스타’라고 불렀고, 머스크는 이번 대선을 넘어 2년 후 상하원 중간 선거와 그 이후에도 공화당 후보에 대한 지원도 지속할 계획이다.
트럼프가 집권 2기 정부에서 머스크를 ‘정부효율성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임명해 정부 각료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머스크의 정치적 야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머스크가 최소 1억 1800만 달러의 개인 자금으로 결성하고 자금을 지원한 트럼프 지지 정치 단체인 아메리카 팩은 “대선 이후에도 중간 선거 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서 생중계로 밝혔다.
그는 상하원 뿐 아니라 일부 지방 공직을 위한 선거에서도 자신의 슈퍼 팩은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플로리다 마러라고에 도착한 뒤 트럼프의 승리가 더 가까워지자 불기둥 위에서 발사되는 스페이스X 로켓 사진 위에 ‘미래는 환상적일 것’이라고 썼다.
WP는 6일 트럼프의 승리 선언 자리에 머스크가 함께 한 것은 전례 없는 변신의 전환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선견지명이 있는 정신을 국가정치에 더욱 온전히 투입하겠다는 것을 맹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승리 소식이 나오자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위원회에서 일하게 되어 기쁘다는 글을 X에 올렸다. 백악관 오벌오피스로 세라믹 싱크대를 들고 있는 자신의 밈 위에 “숙고해 보세요”라고 올렸다.
부유한 정치 자금 기부자들은 오랫동안 정치 지형을 형성하기 위해 두둑한 지갑을 사용해 왔지만 머스크는 독특한 힘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오랜 공화당 전략가들은 말했다.
그는 엄청난 부(블룸버그 추산 순자산 2600억 달러 이상·약 약 361조 원) 외에도 수억 명의 온라인 팔로워,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 X 통제, 정치와 법적 경계를 넓히려는 의지 등으로 거물 기업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에 대한 개념을 재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팔의 기업공개(IPO)로 머스크가 정보기술(IT) 업계의 주요 인물이 된 이후 20년 동안 그는 대체로 정치를 피했다.
그는 화성 식민지화에 대해 자주 언급했고, 2016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2020년에는 조 바이든에게 투표한 민주당 지지자였다.
올해 3월만 해도 그는 X에 “미국 대선 후보 두 명에게 돈을 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올렸다.
그런 머스크가 6월 아메리카 팩을 결성한 뒤 트럼프 지지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7월 13일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중 암살 총격을 받은 후 주먹을 불끈 쥐고 ‘화이트’를 외친 뒤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다.
그 후 머스크는 모든 것을 걸고 트럼프의 가장 눈에 띄는 선거 대리인 중 하나가 되었다고 WP는 전했다.
그가 타운홀 미팅을 주최하고 특히 표현의 자유 등을 지지하는 청원에서 서명하는 유권자에게 하루 1명씩 100만 달러를 선물로 주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X 계정을 사용해 불법 이민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음모론과 2억 명의 팔로워에게 선거 사기에 대한 허위 주장을 퍼뜨리기도 했다.
그의 이같은 선거 활동은 일반인 뿐 아니라 정치 활동가들에게도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WP는 평가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인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민주주의를 보존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아이러니다.
머스크가 올인해 지지하는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공격이자 미 주류 언론의 논지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범죄, 경제, 불법 이민 중단에 대한 트럼프의 견해를 공유한다고 말했지만 머스크는 미국에서 불법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경력을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우주 및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들(이미 주요 연방 정부 계약업체)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수십억 달러의 추가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국제우주정거장 설비 공급을 포함하여 로켓 발사를 위해 스페이스eX에 의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스타링크 통신 위성 부서는 감시 계약으로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이 없는 자율 주행 택시 차량을 내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연방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머스크는 기술적 경계를 깨는 자유분방한 혁신 정신으로 유명하지만 규제나 제한도 싫어한다.
그가 정치적 입지를 넓혀 가면서 그의 사업에도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drag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