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들, 국가배상 2심도 승소…"상고 멈춰라"

기사등록 2024/11/07 15:44:11

지난해 12월 첫 국가배상 판결 후 잇단 승소

피해자들 "사건 수십년 지나고 재판도 지연"

"1심 후 피해자 4명 사망…더 이상 지연 안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대한민국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를 마친 후 판결 관련 입장을 전하고 있다. 2024.11.0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지난해 12월 법원이 처음으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난 후 잇따라 관련 판결이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김대웅)는 7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이향직씨 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1심은 지난 1월31일 국가가 이씨 등에게 손해배상액 38억3500만원과 위자료 7억원, 총 45억3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1심은 과거 부랑인 단속 및 강제수용 등의 근거가 된 박정희 정권 당시 훈령(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1심은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상당수가 강제수용 당시 어린 아동이었던 점 ▲공권력의 적극적 개입·묵인 하에 장기간 이루어진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인 점 ▲35년 이상의 장기간 배상이 지연된 점 ▲원고들에 대한 명예회복이 장기간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향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피해자협의회 대표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대한민국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선고를 마친 후 판결 관련 입장을 전하고 있다. 2024.11.07. 20hwan@newsis.com


판결 직후 피해자들은 소송 제기 이후에도 피해자 입증과 정부의 항소로 재판이 지연됐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상고를 통해 더 이상 배상을 지연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 이씨는 "나라에 돈 없다, 배상금 깎아야 한다면서 막대한 지연이자와 변호사 수임료도 지불하고 항소를 이어갔다"고 토로했다.

이혜윤 서울·경기피해자대표는 "형제복지원 사건 수십년이 지나고도 소송 제기 이후 피해자임을 입증하느라 또 다시 3년7개월이 지났다"며 "재판 진행되며 사망자 발생 등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가 법률심인 대법원 상고까지 제기한다면 이것은 명백한 시간끌기 목적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며 "피해자들은 하루빨리 사과받고 합당한 배상금을 수령하고 아픈 기억을 잊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박경보 부산·경남피해자협의회 대표도 "최근에도 1심 선고 받은 4명이 돌아가셨다. 앞으로도 암 말기, 혈액투석을 받는 분들도 있다"며 "국가가 더 이상 항소를 멈추고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제복지원은 1960~1992년 운영되며 사회 통제적 부랑인 정책 등을 근거로 공권력이 직간접적으로 개입, 부랑인으로 분류된 사람들을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사망·실종 등을 겪게 한 사건이다.

이씨 등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돼 강제노역, 폭행 등 인권유린이 발생했다며 2022년 5월 8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같은 해 8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가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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