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예산 정국이 시작되면서 국회가 펴낸 보건복지부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들여다 보니 특정 대목에서 '추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이 눈에 띄었다.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을 어디에 얼만큼 쓸 것인지 꼼꼼히 살피라는 조언은 새롭지 않지만 '추진 가능성', 즉 사업의 실행 자체가 가능하겠냐는 의문은 생소했다. 사업 준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하거나 효과를 잘 따져야 한다는 여타 정책에 대한 분석과는 결이 달랐다.
의구심을 받은 사업은 바로 전공의 공동수련모델 시범사업이다. 이 사업은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 큰 병원과 작은 병원을 연계하는 내용으로, 전공의들이 다양한 환자군과 의료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좋은 취지로 시행되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이탈 이후 사업 참여가 전무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기존의 사업 범위를 확대하겠다며 예산을 전년 대비 8억원 늘려 11억원을 편성했다.
3110억원이 편성된 전공의 수련환경 혁신 지원 사업도 이와 비슷하게 예산 규모와 집행가능성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 정부는 수련비용 지원액의 산출 근거가 되는 전공의 수를 9038명으로 잡았으나 11월 현재 출근 중인 전공의는 1170명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정책 대상자 중 반의 반도 안 되는 인원만이 현장에 나와 있는데 '과연 이게 되겠냐'는 물음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이처럼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곳곳에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정부는 적정 의료인력 추계를 위해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의사단체 추천부터 막히면서 연내 출범이 난망한 상황이다. 그나마 병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도 이제 막 발을 뗀 단계라 그 효과를 논하기엔 이르다.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국민들의 피해는 커진다.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못 받거나 그런 처지가 될까봐 계속 두려워해야 한다. 정부는 응급실 뺑뺑이가 예전부터 있었던 문제라며 오히려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하지만 의료계 협조 없이 문제가 해소될지 의문이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두고서 올해와 같은 혼란이 재현될 수도 있다. 당장 2026학년도 정원을 논의해도 대입 스케줄을 고려하면 시간이 빠듯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의정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들에게 대화와 협의기구 참여를 촉구하지만 의대 증원 백지화 등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 이상 돌아오지 않겠다는 그들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다음 주 출범이 예정된 여야의정협의체에도 이들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은 기대를 걸기 어렵다.
이러한 마당에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27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책 성과로 내세우고 개혁을 완수하겠다 외치는 대통령실의 인식은 안일하게 느껴진다.
의료개혁은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와 화해하지 않고서는 완성할 수 없는 숙제다. 개혁의 당위성은 모두가 아는 만큼 내일 대통령 담화에선 교착 상태에 빠진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의료계와 어떻게 타협할 것인지 그 대책이 제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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