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서 조정 허용" 호소…서울시 "너울 많고 한강버스 다닐 예정이라"

기사등록 2024/11/26 08:56:20 최종수정 2024/11/26 09:48:16

대학 조정부 훈련부장, 서울시에 민원 제기

"미사리에서만 조정…큰 아쉬움을 느낀다"

서울시 "한강버스 1일 68회 운항할 계획"

전국조정대회 자료사진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서울 시내 한강 구간에서 조정(漕艇) 경기를 치를 수 있게 해 달라는 민원이 제기됐지만 서울시는 조정에 부적합한 환경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대학 조정부 훈련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민원인은 최근 서울시에 "한강에서 조정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며 "한강은 조정을 하지 않기에 너무나 아까운 환경"이라고 밝혔다.

조정은 정해진 거리에서 여러 명으로 이뤄진 각 보트가 노를 저어 속도를 겨루는 수상 경기다.

민원인은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불만족을 표했다. 그는 "저는 미사리에서만 조정을 할 수 있는 사실에서 큰 아쉬움을 느낀다"며 "미사 조정경기장 시설은 과도하게 낙후됐고 시설의 성격이 경정(도박)장으로 바뀌고 난 이후부터 정식 조정 경기를 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낙후되고 폐쇄된 환경으로 인해 클럽과 대학 문화로서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인 조정이 다분히 엘리트체육화됐고 그 풀(Pool)이 작아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한강 시내 구간에서 조정 대회가 열려야 한다는 게 민원인의 주장이다. 그는 "세계 10대 대도시는 모두 조정 시설이 갖춰져 있다"며 "한강은 규모 면에서 우수하며 둔치 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에 수십 만의 잠재 관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제 조정대회를 개최하기 충분한 규모"라고 했다.

다른 나라 조정 선수들 역시 한강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민원인은 "얼마 전 울산 태화강에서 열린 세계명문대학초청 조정대회에 다녀온 일이 있다. 그 곳에서 옥스퍼드에서 온 선수와 대화를 나눴는데 너희 서울의 한강에서는 조정을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아쉽게도 하지 못한다는 대답을 했다"며 "그 선수는 의아해하며 왜 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민원인은 대학 체육 활성화 차원에서도 조정 종목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열악한 조정 인프라로 인해 서울에서 조정을 하는 대학은 54개 대학 중 60년대에 창설된 4개 대학 뿐"이라며 "한강에 조정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서울시 119특수구조단,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인근에서 한강수난사고 민관합동 현장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 2024.10.24. bjko@newsis.com
이에 대해 서울시는 조정 경기를 치를 수 있기는 하지만 환경 자체가 조정에 적합하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한강사업추진단 한강여가사업부 수상여가과는 민원 답변에서 "한강은 어느 나라의 강보다 수상스포츠를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수상스포츠의 특성에 따라 적절치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너울이 많이 인다는 점이 한강의 약점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조정의 경우 대부분은 호수 같은 잔잔한 곳에서 이뤄진다. 즉 파도(너울)의 영향이 적어야 될 것"이라며 "그래서 미사리 또는 충주호 같은 곳에 관련 인프라가 만들어 진 것으로 알고 있다. 참고로 서울체육고등학교 조정부가 선박(수상레저기구 포함) 등의 운항이 없는 새벽 시간대에 한강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동력을 활용한 수상레저기구들이 많이 다니는 점이 조정 선수들에게는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시는 "한강에는 많은 선박과 수상레저기구가 운항하기 때문에 조정과 같이 선폭이 좁은 기구들은 활동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짚었다.

내년부터 한강에서 운영할 한강버스도 이유 중 하나로 제시됐다.

시는 "마리나 관련 산업의 발전으로 중대형 요트도 많아지고 있다. 유선사업, 도선사업, 수상레저사업, 공사용 예인선 및 부선 등을 포함해 서울시 한강에서 운항 중인 선박이 900척이 넘는다"며 "또한 서울시에 등록된 수상레저기구의 수가 2700여대가 넘는다. 2025년 봄부터는 한강버스가 1일 68회 운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환경이 양호하지 않지만 한강 조정 경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현재 한강에 조정 관련된 인프라가 조성돼 있지 않지만 언제든지 조정을 이용한 수상레저활동을 하실 수 있으며 대회 개최(관련 단체의 대회 신청)도 가능하다"며 "평일과 주말 수상레저활동자 들이 적은 시간과 많은 시간 등 다양한 시간에 활동을 해보시고 조정 스포츠를 위한 한강의 장단점을 파악해 보시면 어떨까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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