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 의혹' 가처분 결과 다음주 결정…'재시험 요구' 쟁점

기사등록 2024/11/04 18:55:25 최종수정 2024/11/04 18:58:07

법원, 늦어도 15일 전 가처분 결정 내릴 예정

"정시 이월 가능"vs"현행법상 전형 전환 불가"

'익명 진술' 증거 인정될까…"형사보다 유연해"

본안소송 오래 걸릴 수도…연세대, 항소 시사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연세대 재시험 소송' 후원자 중 한 명인 정모씨가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024.11.04.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연세대 수시논술 문제유출 의혹' 관련 재시험 시행 가처분 신청을 낸 수험생 측이 법원에 서류 제출을 마침에 따라 법원은 서면 심리를 거쳐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열린 첫 심문기일에서 재판부가 의문을 제기한 '재시험을 요구할 권리'에 대해 수험생 측은 논리를 보완했다. 반면 연세대 측은 최근 재판부에 수험생들이 신속한 절차 진행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본안소송을 통상의 절차대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심문의 최대 쟁점은 수험생이 재시험이라는 구체적 행위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다.

◆"정시 이월 가능" vs "고등교육법상 임의 변경 안돼"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연세대를 상대로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수험생 측은 지난 1일 서울서부지법에 준비서면 제출을 마쳤다. 재판부는 학교 측이 추가로 제출하는 서면을 종합해 오는 15일 전까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전보성)는 수험생 18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첫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에서는 수험생 측이 제기한 청구 취지에 대한 논쟁이 한동안 이어졌다.

재판부는 이날 "시험 자체의 무효를 주장하는 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아가서 재시험이라는 구체적 행위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관련 내용을 재검토하라고 수험생 측에 요구했다.

심문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수험생 대리인은 '재시험을 요구할 권리를 어떻게 소명할 계획인지'에 대해 "법적인 문제라 연구를 더 해봐야 할 것 같다"며 "학교는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라 그 부분을 더 소명해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수험생 측이 지난 1일 법원에 제출된 준비서면에서도 이러한 내용이 중점적으로 담겼다. 고등교육법 제34조에 따르면 대학은 입학연도 개시 1년10개월 전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수립·공표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아니라면 이를 변경해선 안 된다.

여기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란 관련 법령이 개정되거나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따라서 연세대가 이미 논술전형으로 261명을 선발한다고 공표했으므로 설령 논술전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임의대로 선발 인원을 다른 전형으로 전환하는 건 법률에 저촉되고, 결과적으로 논술시험을 다시 치르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수험생 측 설명이다.

지난 심문기일에서 연세대 대리인은 "기존 시험에 문제가 있더라도 재시험 여부는 학교의 재량에 의해 결정될 문제"라며 "재시험이 타당할지 (선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할지의 판단은 학교법인이 하고, 수험생 측이 이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문제 유출 의혹' 관련 수험생과 학부모 측 집단 소송 대리인인 김정선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논술시험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9. jhope@newsis.com

◆증거능력 인정 여부 주목…수험생 구제 오래 걸릴 수도
재판부는 지난 심문에서 양측에 사실관계를 확실하게 해달라고도 요구했다. 시험 당일 문제가 된 고사장 내부의 타임라인을 양측이 제출했는데 그 내용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차이를 밝히는 덴 제출된 증거를 재판부가 어디까지 인정하는지가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 측은 해당 고사장의 경우 정해진 문제지 배부 시간보다 1시간여 전 15~20분간 문제지를 볼 수 있는 환경이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학교 측은 감독관이 문제지를 배부한 뒤 곧 문제를 깨달아 회수해 그 시간이 길어봐야 5분이었다고 반박했다.

수험생 측은 해당 시험에 직접 참여한 수험생들의 진술, 당시 나눈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학교 측은 당일 신원 확인을 위해 사용된 QR 로그 기록과 감독관 통화 기록을 바탕으로 타임라인을 작성했다고 한다.

수험생 측은 아직 대입 전형이 끝나지 않은 학생들의 신분을 고려해 일부 실명을 밝히지 않은 진술을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연세대 측은 증거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다만 형사에 비해 민사소송은 증거능력 인정이 다소 유연하다는 점이 변수로 남아있다.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민사소송의 경우 형사사건에 비해 증거가 폭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다"며 "익명의 진술이나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이라 할지라도 재판부가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증거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늦어도 다음 주 결과가 나오는 가처분과는 별개로 시험의 공정성 침해 여부를 근본적으로 따지는 본안소송은 판결선고까지 최대 수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이번 논술시험이 무효가 되더라도 수험생들에 대한 신속한 구제는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세대 측은 최근 본안소송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통상적으로 사건을 진행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험생들은 대입 전형을 고려해 신속한 소송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입장인데, 이를 반박한 셈이다.

이 의견서에는 "다른 대학들과 연계된 입시 일정상 재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만일 1심 재판부가 수험생 측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학교 측이 항소할 경우 즉각적인 재시험이 이뤄질 수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수시모집 논술 시험을 마친 후 시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0.12.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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