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대리시험?…中 열광한 17살 천재 소녀의 '몰락'

기사등록 2024/11/05 03:30:00 최종수정 2024/11/05 06:36:25
[서울=뉴시스] 중국 알리바바 국제 수학경시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지난 3일(현지시각) 대회 수상자를 발표하며 "장쑤성 롄수이 중등전문학교 교사인 왕 모씨와 그의 지도학생이 결선에 진출해 사회적 관심을 끌었지만, 채점 결과에 따라 수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진=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중국에서 열린 국제 수학경시대회에서 결선에 진출해 '수학 천재'로 화제를 모은 직업고등학교 학생 장핑(17)이 예선에서 대회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중국 알리바바 국제 수학경시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지난 3일(현지시각) 대회 수상자를 발표하며 "장쑤성 롄수이 중등전문학교 교사인 왕 모씨와 그의 지도학생이 결선에 진출해 사회적 관심을 끌었지만, 채점 결과에 따라 수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직위는 이어 "조사 결과 교사 왕 모씨가 예선전에서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을 도우며 예선전의 '타인과의 토론 금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며 "본 사안은 대회 시스템의 미비와 관리 부족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고 사과했다.

앞서 장핑은 지난 6월 중국 알리바바가 개최한 국제 수학경시대회 예선에서 17개국에서 온 참가자 801명 중 12위를 기록, 93점으로 결선에 진출했다. 장핑은 결선 진출자 30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었으며 직업학교 학생이 이 대회 결선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또 주최 측이 공개한 결선 진출자 상위권 명단에는 중국 최고 명문대인 베이징대와 칭화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영국 케임브리지대 등 명문대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장핑의 사연에 큰 관심이 쏠렸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중국 관영 중앙(CC)TV 등 현지 매체들 또한 앞다퉈 장핑을 일명 '천재 소녀'라 극찬했다.

실제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장핑의 대회 결선 진출 소식을 알리며 "중국에서 직업전문고교·대학은 종종 '실패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라는 오명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며칠간 많은 중국 누리꾼들이 장핑의 수학적 재능에 충격을 받으면서 그녀를 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예선 결과가 공개된 이후 일각에선 예선에서의 관리감독 등 대회 운영 방식이 허술해 부정행위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장핑이 예선에서 부정행위를 했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예선은 48시간동안 온라인 오픈북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대회 규정상 온·오프라인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있고 컴퓨터 프로그램 사용도 가능했다.

물론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토론, 답안지 대필과 같은 부정행위는 금지됐지만, 현장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이를 감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장핑에 대한 의혹 제기 자체가 학벌주의의 폐해를 보여준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수개월간 제기된 부정행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중국은 충격에 빠졌다.

그간 유명세를 탔던 장핑의 부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삭제했고, 앞다퉈 장핑의 사연을 보도했던 관영매체들 또한 관련 기사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연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천재 소녀의 몰락" "어른들의 욕심이 학생의 미래를 망쳤다" "중국 학벌주의의 비극적 결말"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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