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울프?…나오미 클라인 '도플갱어'

기사등록 2024/11/04 14:56:31
[서울=뉴시스] 도플갱어 (사진=글항아리 제공) 2024.11.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나와 닮은 쌍둥이, 하지만 일그러지고 왜곡된 모습. 도플갱어와 만나 자아가 분열되며 이중성에 시달리는 사람의 삶은 피폐해진다.

가령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분신'에서 주인공 골랴드킨은 자신을 사칭하는 인물 때문에 결국 정신병동에 입원한다.

책 '도플갱어'(글항아리)의 저자 나오미 클라인은 진보 진영 의제를 개발하고 밀어붙인 일관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2011년 11월 어느 날 '월가를 점거하라' 시위가 정점에 달한 때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다가 사람들이 자신에 관해 험담하는 것을 들었다. 사실 그들이 가리키는 인물은 나오미 클라인이 아닌 또 다른 유명 인사 나오미 울프였다.

저자도 당시 망연자실한 채 울프의 활약을 넋 놓고 관찰하다가 '나는 내 삶의 관객이 돼버렸다'고 고백한다.

두 사람 다 유대인인 데다 흔치 않은 '나오미'라는 이름을 가졌고 폭넓은 사회 활동을 했지만, 둘은 매우 달랐다.

클라인은 3세대 좌파 인물인 반면, 울프는 자유주의자이자 엘리트 여성으로서 권력의 사다리를 오르려는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

대중은 둘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고, AI의 자동완성 기능도  둘을 혼동했다. .

이 책은 이처럼 저자 나오미 클라인이 나오미 울프와 혼동되는 도플갱어 이야기다.

극우파 탐구, 팬데믹 기간 백신 오보, 웰니스 산업과의 관련성, 같은 진영끼리 치고받는 좌파에 대한 반성,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에서 드러나는 유대인의 문제점까지 양극단에서 서로의 정체성을 놓고 대립하는 모든 사안에 대한 저자의  관점과 분석력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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