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판세…시장은 트럼프 베팅
"국내증시 관망…변동성 유의해야"
금융투자업계가 미국의 최대 정치이벤트 대선을 앞두고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지에 따라 향후 4년간 미국의 국제 정치·경제·외교 정책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돈의 흐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를 코앞에 둔 현재까지 초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현지시간 30일 미 전역에서 해리스가 49%, 트럼트가 48%의 지지율을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 조사에서는 해리스 50%, 트럼프 48%, 에머슨대 조사에서는 트럼프 49%, 해리스 48%로 나타났다.
다만 시장은 트럼프의 승리에 조금 더 베팅하는 모습이다. 감세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및 부채 증가 우려에 금·은·가상화폐·장기금리가 상승했고, 무역분쟁 재개 가능성에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와 업종, 기업의 주가가 빠지고 있다.
◇초당적 지지 받는 업종은?
증권가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건설과 친환경이, 트럼프가 당선되면 금융과 헬스케어가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최근 초박빙 판세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특정 후보 수혜주보다는 초당적 지지를 받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에 힘이 실린다. 방산, 제약·바이오, 전력인프라가 대표적이다.
중동, 러시아 등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해리스와 트럼프는 모두 '안보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면서도 방산주는 매집하는 모습이다.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5억 달러 규모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중동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 지지,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 강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 권고 등 '종전 3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주요 국가에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 방산업계의 수출 기회가 커짐을 의미한다.
다만 지나치게 오른 주가는 부담이다. 올 들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4%, 현대로템은 131%, LIG넥스원은 86% 주가가 올랐다.
제약·바이오도 누가 당선되든 수혜를 받을 업종이다. 최근 미국 하원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법이 추진되며 수주 문의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생물보안법은 연내 상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력인프라 역시 양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는다. 미국의 국가전략산업인 인공지능(AI)산업을 뒷받침하는 AI데이터센터에는 막대한 전력이 들어간다. AI 전력원으로 주목받는 원전의 경우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다.
◇국내 증시엔 누가 더 유리할까
증권가는 해리스의 당선이 국내 증시에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럼프가 승리하면 전방위적 고율 관세 부과와 무역마찰을 빚었던 '트럼트 행정부 시즌2'가 펼쳐진다. 트럼프행정부는 2018년 삼성·LG 등 한국산 세탁기 등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요구했다.
사문화돼있던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워 우리가 수출하는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에 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액 304억 달러(약 42조원), 전체 수출액 448억 달러(약 63조원)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해리스가 당선되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이어진다. 다만 기존 민주당 기조를 이어갈 것인 만큼 정책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iM증권 이웅찬 연구원은 "미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트럼프 트레이딩의 방향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증시는 관세 부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고,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좋을 리가 없다는 해석과 함께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무역분쟁으로부터 피해를 입을 업종, 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받을 업종을 피해야 한다"며 "자동차, 2차전지, IT 하드웨어 등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무역분쟁 우려와 무관하면서 유가 하락, 방위비 지출 확대, 원자력 발전 등의 테마와 관련된 종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韓증시는 관망중…선거 전후 변동성 주의
국내 증시는 최근 한 달 이상 관망세를 나타내왔다. 경기 하강 우려와 미 대선을 앞두고 경계감이 커진 것이 주된 원인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 대선 후 코스피가 2600선에서 바닥을 다지고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저점을 2100포인트까지 열어두고 하락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상상인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외국인은 대선 후 순매수 방향으로 선회할 개연성이 높고, 2600선 이하 구간은 연말과 내년을 준비하기 위한 최저점"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정상화할 것"이라며 "코스피지수가 반전을 보이며 2750선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판세가 초박빙 양상인 만큼 선거 전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은 "내년까지 코스피지수 저점을 2100포인트까지 열어놔야 한다"며 "미국 내 구인율은 떨어지고 있고 시설투자도 정점을 찍어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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