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엔 선수로, 2024년엔 감독으로 K리그 최상위리그 우승
조광래·최용수·김상식·홍명보 이어 5번째 '선수·감독' 모두 우승
시즌 도중 홍명보 감독 떠난 친정팀 울산 부임해 3연패 달성
울산은 1일 오후 7시30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파이널A 36라운드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승점 68이 된 울산은 잔여 2경기를 남기고 2위 강원(승점 61)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리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통산 5번째 별이다.
울산의 리그 3연패를 지휘한 건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이다.
말레이시아 대표팀과 결별한 김 감독은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홍명보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 7월28일 울산의 제12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에서 지도자로 활동해 온 김 감독이 K리그 무대에서 정식 사령탑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주 출신인 김 감독은 1992년 울산에 입단하며 프로에 데뷔해 1996년까지 울산에서 뛰다가 1997년 전북 현대로 이적한 뒤 한 시즌만 뛰고 축구화를 벗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39경기다.
현역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한 김 감독은 1998년 중경고 감독을 맡다가 2000년 홍콩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다 2005년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수석코치로 부임했고, 이듬해 감독 대행을 맡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08년 12월 다시 홍콩으로 가 사우스 차이나 클럽의 사령탑을 맡았고, 이후 홍콩 대표팀과 홍콩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함께 지휘했다.
홍콩 생활을 정리한 김 감독은 2018년 1월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을 맡아 행정가로 변신해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했다.
2022년 1월 축구협회를 떠난 뒤에는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활동하다 홍 감독이 떠난 친정팀 울산 지휘봉을 잡고 K리그 무대로 복귀했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리그와 코리아컵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결승 진출을 목표로 했던 김 감독은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이뤘다.
시즌 도중 수장이 떠난 뒤 선두 자리를 빼앗긴 울산을 이어받은 김 감독은 26라운드 대구FC와의 데뷔전에서 행운의 자책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29라운드 포항과의 '동해안더비'에서 난타전 끝에 5-4로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30라운드에서 강원을 2-0으로 꺾고 부임 후 11라운드 만에 리그 1위로 올라섰다.
그 사이 코리아컵 4강전에선 천적이었던 광주FC를 상대로 합계 스코어 3-2로 앞서며 4년 만에 결승 무대에 올랐다.
리그 선두를 탈환한 뒤에는 큰 흔들림 없이 강원, 김천 상무의 추격을 뿌리치며 3연패를 달성했다.
울산 구단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정규리그를 우승한 건 김판곤 감독이 최초다.
K리그를 통틀어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건 조광래, 최용수, 김상식, 홍명보에 이어 5번째다.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큰 변화보다 안정에 중점을 뒀다. 홍 감독 체제에서 꾸려진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두꺼운 선수층을 적극 활용했다.
올여름 무더위로 인한 체력 저하와 A매치 기간 핵심 선수들의 차출에도 울산이 꾸준함을 보였던 배경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자신에게 영감을 준 지도자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감독을 꼽는다.
실제로 그는 전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구단을 관리하는 부분에서 퍼거슨을 많이 닮았다. 그리고 이는 수장을 잃고 헤매던 친정팀을 다시 일으켜 리그 정상에 세운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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