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보석 인용
실적 개선·계열사 정리 등 경영쇄신 탄력받을 듯
계열사 규제리스크·노사 갈등 해법 등 조직 안정화 숙제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이했던 카카오는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경영 현장 복귀로 한시름 덜게 됐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와 계열사 정리 등 경영 쇄신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아직 김 위원장과 경영진들의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완전한 경영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
숙제는 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등 주요 계열사들이 김 위원장의 사법 재판과는 별개로 다른 현행법 위반 혐의로 역대급 과징금 제재를 받거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근무 여건을 둘러싼 노사 갈등마저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축된 구성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분위기를 쇄신하는 방안이 김 위원장의 우선 해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총수 부재 상황은 면했다' 한시름 던 카카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31일 오후 김 위원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지난 10일 김 위원장이 재판부에 보석을 청구한 지 21일 만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96조에 따라 결정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카카오는 지난 7월23일 김 위원장 구속으로 지금까지 비상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김 위원장 대신 경영쇄신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그룹 협의회 개최 주기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바꾸는 등 김 위원장 공백 위기에 대응해 왔다.
실제로 일부 계열사, 사업 정리가 진행 중이다. 카카오VX는 지난 8월 골프용품, 헬스케어, NFT 사업을 올해 안에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 웹툰 시장, 내년 중으로 대만 웹툰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AI 기반 흉부 엑스레이 영상 판독 서비스 '카라-CXR' 등을 운영하던 계열사 씨엑스알랩도 최근 주주총회를 열고 숨빗AI와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숨빗AI는 카카오브레인에서 카라-CXR 개발에 참여했던 개발자들 세운 회사로 이 스타트업이 씨엑스알랩을 흡수합병한다.
카카오 측은 "현재 그룹 차원에서 비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를 대상으로 경영 효율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며 "카카오브레인 구조 개편 과정에서 퇴사한 임직원이 독립적으로 설립한 숨빗AI에서 씨엑스알랩 인수를 희망했다. 내부적으로 다른 스핀아웃 방안과 비교·검토를 거쳐 매각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김 위원장 복귀로 이같은 경영 쇄신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 최대주주인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그는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 지분 13.28%를 보유하고 있으며 카카오 지분 10.40%를 보유한 2대 주주 케이큐브홀딩스 지분을 모두 갖고 있다.
다만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사법 리스크가 끝난 게 아니다. 김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지시·공모한 점을 법원이 인정할 경우 카카오뱅크 주인이 바뀔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김 위원장이 업무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하면 법인도 형사책임을 묻도록 한 양벌 규정에 따라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을 시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면 1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없게 돼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나 다른 주주한테로 대주주 자격이 넘어갈 수 있다.
◆'조직 안정화' 최우선 해결 과제로 부상
조직 안정화가 카카오의 급선무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카카오 사법과는 별개로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이 잇따라 규제 당국의 철퇴를 맞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 '콜차단'의 혐의로 역대급 과장금 제재를 받은데 이어 '분식회계' 의혹에 따른 정부의 최종 제재도 코앞에 두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 총체적 난국이다. 내홍도 있다. 카카오 노조가 지난 8월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했고 지난달 3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창사 첫 파업 위기에 놓였다.
업계에선 현재 바닥에 떨어진 조직 구성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등 김 위원장이 조직 안정화에 무게를 두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 측은 김 위원장 보석 인용이 갑작스럽게 결정된 만큼 정 대표의 경영쇄신위원장 대행직 종료, 김 위원장 출근 시점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17분께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밖을 나오며 "앞으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짧은 말만 한 뒤 차량에 탑승해 자리를 떠났다. 시세조종 혐의 부인 여부, 경영 복귀 계획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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