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이 아니더라도 북으로 전단 보낼 수 있다"
현장에서 계획 취소하고 드론 퍼포먼스로 대체
접경지 주민들 시민단체 구호 외치며 살포 저지
파주시장, 국회의원들 현장서 입장문 통해 중지 명령
이날 납북자가족모임과 대북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주민들, 시민단체 등이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해 물리적 충돌 등이 우려됐지만 다행히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납북자가족모임은 이날 오전 11시 파주시 문산읍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모여 "납북자 가족들의 소식을 알지도 못하는 답답한 심정"이라며 "피해자 가족들이 살아 있는 한 대한민국 정부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소식지와 호소문을 통해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동시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장받지 못한 생명과 보호에 책임을 묻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납북피해자 6명의 사진 등이 담긴 대북전단 10만장과 1달러 지폐 등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으로 날리는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대북전단 살포 계획을 취소하고 김정은 비판 내용 등이 담긴 인쇄물을 드론에 매달아 공중에 띄우는 퍼포먼스로 대체했다.
납북자가족모임측은 "기상 상황으로 볼 때 바람의 문제도 있고 풍선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북한에 대북전단을 보낼 수 있다"며 "계획을 다시 세워 반드시 북한으로 소식지 등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납북자가족모임이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면서 반대에 나선 접경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도 같은 장소에서 맞불 집회를 개최했다.
파주 민통선 마을 농민 50여명은 트랙터 20대를 몰고 통일대교를 건너 임진각에 진입해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이 몰고 온 트랙터에는 '북한의 소음방송 민통선 주민 못 살겠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파주 접경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평화 위기 파주 비상행동'도 이날 오전 9시부터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비상행동은 "대한민국의 대북전단이 북한의 대남 풍선으로, 대남 풍선은 대북 확성기로 바뀌었고 대북 확성기는 대남 확성기가 됐다"며 "접경 지역 주민들의 고통이 날로 가중되고 군사 위기는 더욱 격화됐다"고 호소했다.
이들 단체 회원 100여명은 바로 옆에서 집회를 개최 중인 납북자가족모임을 향해 "오지 마, 날리지 마, 대북전단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맞불 집회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20여명이 집회 신고 장소를 벗어나 납북자가족모임 집회 장소로 이동해 구호를 외치는 행위를 이어가자 경찰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김경일 경기 파주시장과 국회의원들도 현장을 찾아 대북전단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경일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임진각 국립 6·25전쟁납북자기념관 앞에서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테러 행위"라며 "지금부터 민주 시민의 자격으로 실정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민권 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한 치의 타협도 있을 수 없다"며 "법이 위임한 권한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의 즉각 중지를 명령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북전단 TF 소속인 윤후덕(파주갑), 박정(파주을), 김주영(김포갑), 이재강(의정부을) 의원도 현장을 찾아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규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과 납북자가족모임이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14개 중대 1000여명의 경력을 동원해 현장을 통제했다.
경찰버스 여러대를 동원해 현장을 막고 통제선 등을 설치해 집회 단체별 구획을 나눴다.
오전 10시와 11시 등으로 나눠 각 단체별로 시작된 이날 집회는 큰 물리적 충돌 없이 약 2시간 여만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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