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홍세희 기자 = 정부가 건설 공사비 안정화를 위한 첫 단계로 시멘트와 레미콘 등 주요 원자재에 대한 수급 조절에 나섰다.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를 통해 시멘트-레미콘-건설업계 간 자율적인 가격 협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재 업계는 원자재값 상승 이외에도 인건비, 금융비, 토지비 등의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증한 상황에서 정부와 건설업계가 원자재 가격 인하만 압박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자재 업계는 아파트 분양가에서 시멘트와 레미콘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적은데도 마치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을 낮추면 공사비가 떨어질 것처럼 비치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한다. 업계에 따르면, 30평 아파트 기준 투입되는 시멘트와 레미콘 값은 전체 분양가에서 0.5~1.2%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시멘트 가격 10% 절감 시 주택 건설공사비는 0.08%밖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고서도 공개됐다.
정부가 시멘트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해외 시멘트 수입 지원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서도 시멘트·레미콘 업계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에서도 "실효성이 없다", "가격 인하 압박을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산 시멘트 수입이 가능해지면 수요처의 선택지는 늘어나지만, 품질이 보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산 시멘트를 사용한 아파트"로 홍보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시멘트 업계는 최근 유연탄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제조원가의 약 20%를 차지하는 전기료가 추가 인상됐고, 탄소 감축을 위한 환경 설비 투자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 역시 시멘트 값 상승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원가 인상 요인을 100% 반영하지 않은 채 가격 인하만 요구하고 있다며, 시멘트와 건설사 사이에 끼인 구조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가 공사비 급증으로 도심 내 신규 주택공급 지연 우려까지 나오자 공사비 안정을 위해 적극 나선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건설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건설업계와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재 업계에만 고통 분담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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