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압구정 아파트 구입은 엄두가 안 나고, 김장을 준비하려 해도 금배추에 덜컥 겁이 납니다. 그런데도 한국은행은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립니다.
이상합니다. 분명히 부동산에 붙어 있는 집값은 나날이 오르고 있고, 마트에 가서 채소를 살려면 만원으로 살수 있는 품목들이 점점 줄어드는데 말이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실제 물가의 차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통상 상품의 가격, 즉 절대값과 상승률 차이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소비자들은 당장 구매할 때 이미 높아진 가격 레벨로 물가를 체감하게 되는 반면, 정부 기관에서 언급하는 물가는 얼마나 올랐는지, 다시 말해 상승률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가 전체 중 일부분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소비자물가는 458개 품목을 대상으로 하지만 각 개인은 서로 소비 패턴이 달라 체감물가가 크게 얘기입니다.
예를 들어 1인 가구는 사 먹는 경우가 많이 외식 음식 비용이 크게 와닿지만, 취학 자녀가 있는 가정은 교육과 농산물 등의 지출 비중이 높아 서로 체감 정도가 차이납니다.
가중치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소비자물가는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액 비중을 근거로 대표 품목의 가중치를 정해 산출하게 됩니다.
예컨대 소비자물가는 전체를 1000으로 놓고 휘발유와 경유에 33.8의 가중치를 부여합니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의 합은 9.6입니다. 배추는 1.5, 사과는 2.6에 불과하죠.
하지만 여기에는 집값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서울 반포동 집값이 급등하건, 상승세가 둔화됐던 간에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얘기죠.
전세나 월세 가중치는 각각 54.0과 44.3일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집값은 재산 증식을 위한 지출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지수 품목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자가주거비로 표현되는 집값을 포함하지 않은 소비자물가지수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 지수에는 집값이 반영되지 않아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집값을 포함해야 소비자물가와 개인들의 체감하는 물가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는 얘기죠.
지난달 열린 국회 기재위 국정감사에서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가 주거비가 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아 우리 주거비 비중이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집값이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올해 국감에서 이형일 통계청장은 "(물가지수에 자가주거비 반영은) 검토 중인 사안"이라고 답했습니다.
통계청은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포함하기 위한 연구 용역을 3월 시작해 올 연말 경과를 받아보고 판단한다는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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