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베팅사이트 폴리마켓, 4개의 계좌 3000만 달러 트럼프에 지속적 베팅
전문가들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큰 돈 아냐”“가장 효율적인 정치 광고” 분석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암호화폐(가상화폐) 기반 세계 최대의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이 크게 올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앞질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당선 확률 역전에 ‘작전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10월 초 동률을 이뤘으나 지난 2주 동안 트럼프가 급속히 올랐으며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15일 트럼프 당선 확률은 56.9%인데 비해 해리스는 42.6%에 그쳤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지난 6일 2억 명의 X(옛 트위터) 팔로워에게 “실제 돈이 걸려 있어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하다”고 폴리마켓의 트럼프 당선 확률 급상승을 알렸다.
◆ “6월 이후 개설된 4개의 계좌가 꾸준히 트럼프 베팅”
WSJ은 트럼프의 당선 확률 급등은 트럼프의 승리에 베팅하는 데 총 3000만 달러(약 411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투자한 4개의 폴리마켓 계좌에서 조작된 환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분석 회사인 아크함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의 최고경영자 미구엘 모렐은 해당 계정을 조사한 결과 “동일한 계좌라고 믿을 만한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베팅 사이트의 참여자는 다양한 미래 이벤트에 베팅하며 가격은 시장이 다양한 결과의 확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반영한다. 폴리마켓은 최근 몇 가지 성공을 거두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도 맞췄다.
폴리마켓 참가자(베터)는 각 코인의 가치가 1달러인 일종의 암호화폐인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해 베팅한다. 각 베터는 베팅이 맞으면 1달러를 받고 틀리면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질문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거래를 판매해 이익 또는 손실을 위해 베팅을 종료할 수도 있다.
아크함에 따르면 트럼프에 큰 돈을 걸었던 계정(Fredi9999, Theo4, PrincessCaro, Michie)은 모두 미국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인 크라켄(Kraken)의 입금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아크함은 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해 체계적으로 트럼프에 자주 베팅하고 동시에 베팅 규모를 늘렸다고 밝혔다.
가장 오래된 계정은 6월에 생성되었고 가장 새로운 계정은 10월에 개설됐다.
◆ 경합주뿐 아니라 전국 득표율도 트럼프에 베팅해 분위기 몰기
이들 계좌는 대부분 돈을 트럼프가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단순한 베팅에 쏟았다. 이들은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베팅했다.
이들은 전국 득표에서도 트럼프가 이길 것이라고 베팅했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도 전국 득표수에서 상대 후보보다 높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트럼프는 2016년과 2020년에 전국 득표수는 적었으나 2016년에는 선거인단 확보수가 많아 대선에서 승리했다.
폴리마켓을 모니터링한 베테랑 암호화폐 투자자 애덤 코크런은 베팅 열풍이 선거일에 트럼프에게 모멘텀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인 듯하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패배하면 베팅 시장에서 그의 유리한 배당률에도 불구하고 선거에서 도난당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크런은 자신을 해리스를 지지하는 우파 유권자라고 말했다.
코크란은 3000만 달러가 비싼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폴리마켓의 승률을 높이기에 충분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자금이 많은 개인에게는 큰 돈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코크런은 “이것은 지금까지 구입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정치 광고”라고 말했다.
◆ 2015년에도 유사한 사례 ‘롬니 웨일’
러트거스대 통계학 교수인 해리 크레인은 영국의 베트페어 같은 시장에서도 트럼프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인 교수는 베터들이 트럼프를 선호하는 데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으며, 베팅 시장에서 몇몇 큰 계정이 베팅으로 승률을 바꾸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2년 대선 선거 마지막 몇 주 동안 과거 베팅 사이트인 인트레이드(Intrade)에서 ‘롬니 웨일’이 밋 롬니 후보의 승리에 베팅을 연발했던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버나드 칼리지의 두 명 경제학자가 2015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롬니 웨일’은 약 700만 달러를 잃었다.
저자들은 그의 베팅이 조작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대중의 인식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논문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라지브 세티는 폴리마켓에 대한 최근의 베팅이 비슷한 패턴을 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성공 가능성을 점차 높이는 거액의 베팅이 꾸준히 축적됐다는 것이다. 세티 교수는 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내가 시장을 조작하려고 한다면 정확히 이런 식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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